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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13조원 뿌렸지만 소비 증가는 '찔끔'… 재난지원금 '가성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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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평균소비성향 67.7%…사상 최저수준
지원금 뿌려도 저소득층 소비 증가 효과 미미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3조원이 넘는 전(全)국민재난지원금을 뿌렸지만, 지원금을 받은 가계는 생활비를 아껴 저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거의 대부분 소비로 이어져야 경기 위축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정부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논란 끝에 지급된 전국민재난지원금이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에는 기여도가 떨어지는 정책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재난지원금을 받아 소비를 늘린 효과가 크지 않았다. 소득 상위 20~40%가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지출이 증가한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말 국무회의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고 해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는데, 저소득층의 소비실태와는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비즈

2020년 5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GS슈퍼마켓에 국가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문구가 붙어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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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액 비중을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지난 2분기(4~6월) 66.7%로 전년대비 2.5%P(포인트) 하락했다. 소득 100만원을 벌면 지난해 2분기에는 70만원 이상을 소비했는데, 올해는 66만원만 소비했다는 의미다.

평균 소비성향이 60%대로 떨어진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후 세 차례에 불과하다.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사상 최저치였던 1분기(67.1%)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지면서,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흑자액은 138만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5.5% 증가했다. 소득 증가분(分)에 비해 소비 증가분이 크지 않아 전국 가구 가계부에 흑자가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흑자 가계부의 일등공신은 정부의 재난지원금이었다. 코로나 충격으로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모두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전년대비 80% 이상 늘어나면서 2분기 전체소득(527만2000원)은 전년대비 4.8% 늘어났다. 지난해 2분기 54만5000원이었던 이전소득이 올해 2분기에는 98만5000원으로 40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 소득 증가의 주된 요인이었다.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작년 2분기 34만1000원에서 올해 2분기 77만7000원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 5월 1인당 40만원(4인가구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소득 구분 없이 지급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재난지원금이 없었다면 전체 가구 소득은 약 10만원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가계의 소비지출이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2분기 가계지출은 291만2000원으로 작년 2분기(283만5000원)에 비해 7만7000원(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난지원금으로 늘어난 공적이전소득 증가액(43만6000억원) 중 소비로 이어진 부분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위축된 소비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의도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으로 늘어난 이전소득 만큼 소비지출이 늘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그렇다보니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항목별 소비지출 흐름을 봐도 재난지원금의 경기진작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의 12대 분류 중 전년 대비 증가율이 높았던 비목은 교통비(24.6%), 가정용품·가사서비스(21.4%), 식료품·비주류음료(20.1%), 주류·담배(9.5%), 보건(7.5%), 주거·수도·광열(6.9%) 순서였다. 교육(-29.4%), 오락·문화(-21%), 의류·신발(-5.8%), 음식·숙박(-5.0%), 통신(-3.4%) 등은 소비가 감소했다.

이에 대해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가계가 주로 평소 지출빈도가 높은 생필품과 필수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지원금을 사용하고 그만큼 저축을 늘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재난지원금이 소비지출을 늘리는 데 도움은 됐지만, 지원금 지급규모에 비해서는 소비 증가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평균소비성향 하락폭이 컸다는 점도 한계다.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이전소득이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다는 게 일반론이지만, 지난 2분기에는 이런 상관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선비즈

전국 2인 이상 가구 평균소비성향 및 흑자율 추이(단위 : %, 통계청)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경우 이전소득이 지난해보다 29만4000원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4만7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또한 이전소득이 36만8000원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3000원 감소했다. 소득 하위 30~60%인 3분위는 이전소득 증가액(43만1000원)에 비해 소비지출 증가액(4만6000원)이 10분의 1 수준이었다.

오히려 소득 상위 20~50%인 4분위가 이전소득 증가액(56만8000원)에 비례해 소비지줄이 30만40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에서는 이전소득이 43만9000원 증가했는데, 소비지출은 6만2000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 등 내수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제위기 시에는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것이 더 적합한 대응"이라며 "대상을 소득 1~3분위로 좁혀서 지급액을 증가시켰으면 소비 개선이나 소득분배 측면에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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