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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경기도 안 좋은데 임시공휴일?"…휴일 일하는 중기·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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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소규모 약국에서 월급을 받아 근무하는 약사 김지영 씨(가명·29)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지만 평소 월요일처럼 출근을 해야 한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로부터 출근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영업 특성상 하루 매출이 중요하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방문이 줄어들면서 약국 매출도 덩달아 타격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임시공휴일 지정 취지가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라는데 그동안 공적마스크 판매로 힘들었던 나는 정작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임시공휴일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지정됐다. 정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를 근거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업종과 업장에 따라 임시공휴일을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다. 임시공휴일을 누릴수 있는지 여부도 직장에 따라 좌우되는 '휴일의 양극화'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 임시공휴일에 유급휴일을 보장받는 대상은 관공서와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돼있다. 30~300인 사업장은 내년부터, 5~30인 사업장은 2022년부터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된다. 이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과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있게 된다.

실제 취업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13일 아르바이트생 807명,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6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의 55.6%와 중소기업 직장인 41.8%가 임시공휴일인 17일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 출근 이유로는 '대체휴일을 시행하지 않는 회사의 방침'(40.3%)이 1위, '노느니 시급·수당이라도 벌려고'(18.4%)가 2위, '쉬면 그날의 급여가 없으니까'(10.4%)가 3위로 꼽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회사에 근무하는 정윤지 씨(가명·33)도 "처음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을 들었을 땐 오랜만에 길게 쉴 수 있겠다고 좋아했지만 회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적용 대상이 안 된다는 점을 듣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정부의 정책은 최대한 차별 없이 공평하게 추진돼야 할텐데 실제로는 회사 규모에 따라 보장 여부가 달라진다니 씁쓸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이런 차이를 경험할 때마다 그래서 취업할 때 대기업, 공기업에 목을 매나 싶다"고 덧붙였다.

임시공휴일을 주고 직원들을 쉬게하더라도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회사들도 많다. 이에 일부 직장인들은 무급으로 쉴 바에는 차라리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소재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박세준 씨(가명·35)는 "회사에서 별도로 임시공휴일을 시행하지 않고 쉬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차 사용을 허락했다"며 "업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의미 없이 연차를 소진하느니 출근해서 수당을 제대로 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임시공휴일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법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영세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작성자는 "임시공휴일의 혜택은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근로자에게만 돌아갈 뿐 중소영세기업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달라는 의견을 밝혔다. 해당 청원은 2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진한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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