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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용감? 무모? 폭우 속 급류 즐기며 수영하는 中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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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러산시... 동영상에 "용사들 힘내라"
"건강 챙기려고 목숨 팽개치나" 비판 봇물
한국일보

폭우에 흙탕물로 변한 중국 쓰촨성 러산시의 거센 강물 속으로 남성들이 뛰어들고 있다. 관찰자망 캡처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러산시 가오신구의 다리 위. 10여명의 남성들이 잇따라 강물 속으로 뛰어든다. 폭우로 물은 눈에 띄게 불어났고 급류의 거센 물살에 속을 가늠하기 어려운 흙탕물로 변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랑곳없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먼저 입수한 남성은 동료들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강건함을 뽐냈다. 구경하는 주민들은 말리기는커녕 생소한 볼거리에 덩달아 신이 난 듯 박수를 친다.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에는 "용사들, 힘내라"는 자막이 달렸다.

논란이 일자 당시 강물에 뛰어들었던 한 남성은 "우리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행이 모두 수영에 능숙한데다 이 지역의 물살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수영 래프팅이었다"고 강조했다. 한낱 호기를 부리려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홍수 피해로 중국 곳곳이 신음하는 상황이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별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고 중국 관찰자망은 14일 전했다. "재해 상황에서 건강을 챙기려고 목숨을 내던지느냐"는 성토도 빗발쳤다. 다른 주민들은 물난리에 대피하기에 바쁜데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중국 쓰촨성에 있는 세계 최대 불상 '러산다포(낙산대불)'가 불어난 강물에 잠기기 일보직전의 위험한 상황이다. 관찰자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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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물 속에서 한창 즐기던 당시 러산시를 비롯한 쓰촨성에 국지성 폭우가 내렸다. 러산시는 홍수 대비 경보를 상향 조정하며 주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도록 각별히 당부하던 시점이었다. 강 하류 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인 '러산다포(樂山大佛)'가 자리잡고 있는데, 강물이 불상의 발 밑까지 차올라 비가 더 내린다면 일부가 잠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 수력부는 "창장(長江) 유역에 4호 홍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칫 물놀이 사고가 발생했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구조인력과 행정력을 이 곳에 투입돼야 했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혼란을 주지 말고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어느 네티즌의 점잖은 충고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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