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을 1년7개월 남긴 시점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치고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이로써 차기 여권의 대선 구도는 '이낙연 대세론'에서 '양강 체제'로 완전히 새롭게 재편됐다. 이 지사는 상승세, 이 의원은 하락세라는 점에서 향후 이 의원의 대선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또 이 같은 조사 결과가 29일 예정돼 있는 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경선에도 어떤 결과를 미칠지 주목된다.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19%, 이 의원은 17%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 지사는 전주 대비 6%포인트 상승했고, 이 의원은 같은 기간 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9월 갤럽이 2022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 의원이 1위를 놓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호남(45%)과 '친문재인계' 지지층이 많은 부산·울산·경남(18%)에서만 앞섰고, 서울 등 그 외 지역에선 이 지사가 우세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늘어나는 상황이 이 의원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이 의원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돼 최장수 총리를 지냈기 때문에 현 정부 공과에 대한 여론의 평가를 문 대통령과 함께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앞서 "민심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후 입장문을 내놓고 "지금은 저를 포함해 정부·여당이 겸손·유능했는지, 신뢰를 얻었는지 되돌아볼 때"라며 "저부터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 원인인 부동산 정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논란 등에 대해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로 대응하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패착으로 거론된다.
이런 이 의원과 달리 이 지사는 기본소득·토지거래허가제 등 찬반 논란이 있는 이슈를 선제적으로 던지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점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이 지사는 지지율 1위에 대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증가했고, 수해로 도민들 상심이 커 이들의 삶 개선 외에 어떤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지지율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타격을 입은 이 의원은 향후 현안 및 당정청 관계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은 문 대통령도 있고, 이해찬 대표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당대회 후 여당 대표가 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취재진에게 "(8·29) 전당대회 후에 제가 무엇을 준비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는 "안정감이 부족하다" "정책이 즉흥적"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깨는 것이 과제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불안하다는 것은 오해"라며 "사전에 전문가 등과 충분히 준비해서 내놓는 정책이기 때문에 즉각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 모두 친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과 동행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친문 지지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당대표가 돼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 지사는 현재 '비문재인계' 지지를 받고 있고 일종의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고 있어 문 대통령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친문 지지 없이 여당 대선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현실 속에서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수원 = 지홍구 기자 / 서울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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