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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최고령 후보 바이든, 22세 어린 '대통령감' 부통령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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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메이카, 어머니는 인도 출신

"흑인으로 태어났고, 흑인으로 죽을 것"

법조·정치서 여성 흑인 '최초' 타이틀 섭렵

대선 경선서 바이든 상대 '송곳 질문' 유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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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해리스는 미국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된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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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정당 부통령 후보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지명됐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해리스 의원은 어머니가 인도 출신이어서 일부 언론은 '첫 아시아계 부통령 후보'라고도 전했다. 오는 11월 3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이기면 미국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유색인종 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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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카멀라 해리스(왼쪽)가 6살 때 어머니, 여동생과 찍은 사진. 부모가 이혼한 직후다. 어머니는 인도 출신으로 UC 버클리에서 암을 연구하기 위해 유학와 자메이카 출신인 아버지를 만났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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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두려움 모르는 전사이자 이 나라 가장 훌륭한 공직자 중 하나인 카멀라 해리스를 나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의원도 트위터로 “조 바이든은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 당 부통령 후보로 그와 함께하게 돼, 그를 우리 최고사령관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첨예하게 맞붙었던 바이든과 해리스가 과거 앙금을 뒤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바이든은 지지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옳은 것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는 성취의 실적”이 해리스를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미국 사회 내 소수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각종 ‘최초’ 타이틀을 섭렵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다.

1964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카리브해 섬나라 자메이카 출신이 흑인이냐는 논쟁이 있지만, 해리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흑인으로 정의한다. 지난해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흑인으로 태어났고, 흑인으로 죽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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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워싱턴 하워드대 재학 시절의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친구와 함께 인종차별 철폐 집회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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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어머니는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전문직 부모 아래 주로 백인이 주류인 동네에서 자랐다. 하지만 17세에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명문 하워드대에 입학하면서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완성하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그는 “이 대학에 와서 나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소수에서 벗어나 다수가 됐다”고 말했다.

UC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뒤 검사가 됐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을, 2011~2017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검찰총장)을 역임했다. 모두 선출직이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오른 첫 흑인 여성이다. CNN은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연방 법무장관 다음으로 막중한 자리”라고 그의 이력을 평가했다.



정치적 기반이 없는 젊은 검사가 선출직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후원자를 만난 덕분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장과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역임한 거물 정치인 윌리 브라운(86)은 1990년대에 고액 연봉을 받는 산하 기관 고위직에 해리스를 앉혀 경력을 쌓게 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재력가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정치적 야망이 큰 해리스가 31살 연상인 브라운과 교제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해리스가 30세, 브라운이 61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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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의 어머니는 인도 출신의 암 연구 과학자다.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UC버클리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건너왔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해리스는 미국 첫 아시아계 부통령 후보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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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서 세 차례 선출직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뒤 그는 워싱턴으로 눈을 돌렸다. 2016년 상원의원에 당선됐을 때도 두 개의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상원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여성 상원의원이며, 첫 남아시아계 상원의원이다.

초선 의원인 그가 의정 활동 2년 만인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정도로 폭풍 성장한 배경은 법사위 소속으로 주요 청문회에서 저격수로 맹활약한 덕분이다. 검사 출신답게 송곳 질문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 거물 관료들을 집요하게 몰아세웠다.

해리스가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대통령이나 백악관 누군가가 특정한 사람을 수사하라고 요구하거나 제안한 적이 있냐”고 묻자 바 법무장관이 허공을 응시하며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더듬거리는 장면이 전국에 중계됐다.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은 해리스가 속도를 높여 압박하자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밀어붙이면 내가 너무 긴장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는 낙태에 대한 입장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남자 몸에 대해 결정권을 갖는 법을 아는 게 있냐”고 물었다. 캐버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런 법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해리스가 지난해 1월 오클랜드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2만 명의 군중이 모여들었다. 지난해 6월 첫 TV 토론회까지도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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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연구하는 UC버클리 실험실을 방문했다. 이맘때쯤 그는 '버싱' 정책에 따라 버스를 타고 백인들이 많은 학교로 통학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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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해리스는 바이든이 인종차별주의적인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그를 공격했다. 그런 평가는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당신은 그들과 손잡고 ‘버싱’에 반대했는데, 당시 매일 그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게 바로 나였다”라고 고백했다.

버싱(busing)은 1970~80년대에 흑인과 백인 학생들을 섞어 교육하기 위해 집에서 먼 학교까지 실어나르던 정책이다. 바이든 후보가 상원의원 시절 흑백 통합을 위한 ‘버싱’에 반대했다는 점을 공격한 것이다. 개인적인 상처까지 드러내며 유권자 공감을 끌어내는 한편, 정치적인 게임도 유리하게 이끄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자금 부족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아이오와 코커스에 가지도 못하고 지난해 12월 자진 사퇴했다.

전국적 인지도 덕분에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꼽혀왔지만, 바이든에게 타격을 입힌 이 토론회 때문에 바이든 측근들은 해리스가 충성심이 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바이든이 해리스 이름이 적힌 메모를 들고나온 것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대세론이 형성됐다. 메모엔 ‘원망을 품지 말자’‘선거운동에 도움’‘재능 있음’ 등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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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흑인 여성 부통령후보 카멀라 해리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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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78세에 취임하는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건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젊은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 유고 시 역할까지 고려해 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은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그레첸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11명의 여성 정치인을 후보에 올려놓고 검토했다. 이 가운데 해리스가 ‘대통령감’이라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WP는 사설과 칼럼에서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경우 국민을 위로하고, 혼란을 잠재우며, 국정을 이어갈 수 있는 적임자, 즉 대통령감을 부통령에 지명해야 한다”면서 “해리스는 바이든에게 필요한 자격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자신을 “전환기 후보(transition candidate)”로 부른다. 차세대 주자에게 순조롭게 정권을 넘겨 주겠다는 뜻이다. 당선되더라도 4년 뒤 82세에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부통령 후보는 차기 민주당 대권 주자 티켓을 거머쥐며 민주당 권력의 핵심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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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지난해 7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모습이다. 해리스는 지난해 12월 중도 사퇴한 뒤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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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보다 22세 어린 해리스가 바이든 캠프에 젊음과 활력, 에너지를 더할 수 있다는 점도 선택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분석했다. 고령인 데다 조용한 바이든 이미지를 해리스가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연히 바이든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며 약점을 공격해 왔다.

해리스 등장으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대선 캠페인은 77세 바이든, 74세 트럼프, 61세 펜스 등 나이 많은 백인 남성들이 벌이는 레이스였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젊은, 유색인종, 여성이 뛰어들면서 유권자와의 접점이 확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선 당시 해리스는 여성과 흑인 지지율이 높았다. 교외(suburb) 백인 여성 유권자까지 끌어들일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수자의 투표율이 올라갈지는 불확실하다. 대선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 부통령이 고려사항이라는 근거도 없다. 하지만 공화당에서조차 바이든에게 여성과 흑인 표가 확실히 더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상대를 비판하는 데 재주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해리스가 캐버노 대법관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고약하게 굴었다(nasty)”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 해리스가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에 출마했을 때인 2011년과 2013년 6000달러를 기부했다. 딸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도 해리스에게 2000달러를 기부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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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는 49세이던 2014년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인 더글러스 엠호프(왼쪽)와 결혼했다. 지난해 1월 27일 해리스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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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49세이던 2014년 로스앤젤레스(LA)의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했다. 남편의 자녀 둘을 함께 키우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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