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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4대강 지류는 원래 범람 잦았는데... 해묵은 '보 논쟁' 정조준한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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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부터 4대강 감사원 감사 두차례
모두 “4대강은 홍수 예방과 무관” 결과 나와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 의미로 풀이
전문가들 “기후 변화 대응한 홍수 대비책 마련하라”
한국일보

10일 오후 전북 남원시 제방 유실 피해 복구 현장인 섬진강 (구)금곡교 일대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가득하다. 남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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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ㆍ보좌관회의를 통해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 분석할 기회”라고 언급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역대급 폭우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강과 하천 등이 범람하면서 막대한 인명ㆍ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놓고 전ㆍ현 정부가 맞서는 형국이다.

이번 폭우에 특히 보가 있는 4대강 본류에서는 피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섬진강 등 4대강 개발과 무관한 곳에서는 제방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첨예해졌다. 다만 그간의 감사원 감사 결과 등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 기능이 없다는 것으로 나오면서 문 대통령이 오래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발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언급 직후 정부는 곧바로 분석 방법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4대강과 관련한 지난 두 차례에 걸친 감사원 감사 결과와 4대강 조사평가단의 보고서 등이 분석의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현재 4대강 조사평가단이 꾸준히 관련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분석한다면 (이번) 홍수 상황에서 (4대강과 그 외의 강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파악하는 방향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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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둑에서 응급 복구 작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곳은 폭우로 길이 40여m 둑이 유실됐다. 창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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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7월 발표한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 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준설(바닥을 파냄)은 홍수 예방이 아닌 운하 추진이 목적이었다. 4대강 본류 지역은 원래 큰 비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데 운하를 추진하기 위해 4대강을 개발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5년 뒤 현 정부에서 시행된 2018년 7월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 결과에서도 이 사업으로 인한 홍수 피해 예방 효과는 없다고 결론 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환경부 등이 추가 조사를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핵심은 '4대강의 피해는 적고, 그 외의 강에서는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미래통합당은 4대강의 홍수 예방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 역시 4대강의 '보'라는 인공 시설물이 되레 물의 흐름을 막아 홍수를 유발한다는 주장에 부딪힌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이번에 낙동강 제방이 터진 이유도 보 때문"이라며 "제방 250m 아래 쪽에 합천보가 있는데, 합천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압이 위로, 상류로 향하면서 제방의 약한 부분을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교각이 물의 흐름을 막아 교각 주변에서 침수가 많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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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황톳빛 한강 위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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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주변의 대규모 홍수도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게 이유라기 보다는 500년 만에 한 번 볼만한 기록적인 폭우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박창근 가톨릭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섬진강의 경우 제방이 낮아서 범람한 게 아니라, 불어난 물이 흙으로 만든 제방을 훅 쓸고 내려가면서 제방이 유실된 것"이라며 "4대강 사업 본류에서는 원래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었고 오히려 지류, 지천 같은 소하천이나 지방하천에서 범람 피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묵은 ‘4대강 보 실효성’ 논쟁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홍수 대비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이 2017~2019년 작성한 국내 ‘홍수피해상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매해 가장 피해 규모가 큰 하천 범람은 ‘과도한 유속, 월류(물 넘침), 토사 퇴적으로 인한 하도 폐색, 지반 누수’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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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일대가 빗물에 잠겨 있다. 구례=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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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고서는 중ㆍ소규모 하천에 피해가 집중돼있고, 이는 강우가 단기간에 몰리는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분석하면서 현 시설이 최근의 강우 패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4대강 논란을 떠나 현재의 수해 대책이나 국가 치수 정책은 기후 변화에 따른 국지성 물폭탄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이번 피해로 더 큰 댐, 더 큰 제방, 더 큰 옹벽이 홍수를 막아줄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임희자 집행위원장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입었던 마산만도 그렇고 비 피해가 나는 곳은 저지대이거나 습지, 매립지인 곳이 많다”며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저지대를 피하고 토지 용도를 제한하는 도시 계획의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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