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 텍사스주 마이클 매콜 연방하원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7월 말 틱톡이 미국 사업을 중국에서 분리할 뜻을 내비치자 이렇게 더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미국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인의 코멘트다. 하지만 그가 쓴 표현에 더 눈길이 갔다. 그는 중국 정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CCP(Chinese Communist Party·중국 공산당)’라는 용어를 썼다.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이 정치인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틱톡을 내려받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 손에 넘어가는 것을 원한다면”이라고 답했다. CCP라는 용어는 외교 무대에서는 피해야 할 금기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외교정책 최고 수장 입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 청두 총영사관 폐쇄 등으로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틱톡을 놓고 더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틱톡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데는 민주당, 공화당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을 정도다. 민주당 소속 강성 의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조차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에서 국정연설을 할 때 악수를 거부하고 연설문을 찢은 인물이다. 그런 펠로시 의장이 ‘반(反)틱톡’ 대열에 합류했다.
▶트럼프, 젊은 층 여론 무시하고
틱톡 미국 퇴출 강행하다 급선회
미국 시간 일요일이었던 지난 8월 2일 오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45일 시한부로 인수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기 전까지 혼란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틱톡을 미국 내에서 퇴출시키겠다고까지 으름장을 놨다. MS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가면서 인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곧 미국에서 서비스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 내 하루 최대 8000만명이 쓰고 있는 틱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극단적인 방식으로 퇴출될 서비스가 아니었다.
MS는 8월 2일 공식 블로그 성명을 통해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틱톡의 미국 사업 인수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정 외국 기업 매각을 놓고 미국 대통령과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CEO가 대화를 나누고 매각 시한을 설정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또 이런 대화 내용을 기업이 공개한 것은 더더욱 이례적이다.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사안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휘발성이 큰 소재가 됐다는 증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은 협상 전략적인 측면이 있지만 미국 내 젊은 이용자들을 의식한 측면도 크다. 코로나19로 화상 교육·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틱톡은 미국 학생들과 젊은 층에 급격히 스며들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에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것보다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계층이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빗발쳤다. 틱톡을 극단적으로 퇴출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으로는 점수를 딸지 몰라도, 젊은 유권자 표는 잃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분위기를 간과했던 것은 사실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1호 (2020.08.12~08.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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