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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문어국+열무비빔밥+포도, 말복 더위 이겨내는 이달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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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실의 작심3주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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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옛말이 있다. 초복부터 말복까지 심한 더위에 몸의 기운이 약해져서 입술에 붙은 가벼운 밥알조차도 무겁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무더위 속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고 차가운 음료를 많이 마셔 체내 조절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식욕이 없고 무기력해지며 몸의 저항력도 급격히 낮아져 식중독이나 각종 질병에 걸리기도 쉽다. 여름이 물러감을 아쉬워하며 마지막 더위를 뿜어내는 8월, 무기력해진 몸을 회복시키기 위한 영양을 담은 식품이 더욱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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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주 피로 해소, 혈액순환 돕는 문어



오는 15일은 말복이다. 복(伏)은 엎드린다는 뜻이다. 복날은 가을의 서늘한 금기(金氣)가 여름의 무더운 화기(火氣)를 두려워해 세 번(초복·중복·말복) 엎드리는 시기다. 8월이 제철인 문어는 예로부터 더위로 인해 손상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보신(補身) 음식으로 꼽혀왔다. 문어(文魚)는 위험한 순간에 뿜는 먹물이 글을 쓰는 선비의 상징으로 여겨져 글월 문(文)자를 가진 이름이 붙여졌다. 관혼상제의 상차림에도 빠지지 않고 올랐던 문어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열량과 지방이 낮은 건강식품이다. 조선 후기 조리 서적 『규합총서』와 농서(農書) 『산림경제』에는 문어가 몸을 보하는 식품과 약재로 쓰였음이 기록돼 있다.

문어에는 타우린과 베타인이 풍부하다. 타우린은 근육·신경조직·혈소판 등에 존재한다. 타우린은 근육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드는 일을 돕고 근육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든다. 이를 통해 몸속 에너지를 증가시켜 피로를 풀리게 해준다. 타우린은 심장·혈관 건강에도 도움된다. 간의 해독 기능을 높여주고 혈관 내에 축적된 지방과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해 혈액을 맑게 하고 순환이 잘 되게 한다. 베타인은 문어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베타인은 소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한다. 문어에 대추와 팥을 넣어 끓인 문어죽은 여름에 허해진 몸을 보하는 훌륭한 보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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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주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열무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처럼 입추가 지나면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한다. 이때엔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기 전 여름 열무를 파종한다. 열무에는 수분이 93%, 칼슘과 칼륨 등의 무기질과 베타카로틴, 비타민K가 풍부해 땀으로 손실된 수분과 무기질을 보충할 수 있다. 열무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K는 혈액 응고를 뜻하는 독일어 ‘koagualation’으로부터 명명됐다. 혈액 응고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출혈 후 혈액 응고가 일어나 지혈되는 일련의 과정에는 비타민K가 필수적이다. 비타민K는 골격 형성을 돕는 역할도 한다. 뼈의 성숙 과정에 매우 중요하며 칼슘 결합 능력을 향상한다. 비타민K의 낮은 혈중 농도는 낮은 골밀도와 연관이 있다.

열무는 파종하고 한 달 이내에 먹을 수 있다. 햇빛이 강하고 오래 쐴수록 잎이 잘 자라기 때문에 여름 열무가 가장 맛있다. 너무 자란 열무는 질기므로 키가 작고 뿌리 부분이 날씬한 어린 열무를 골라야 한다. 잎이 너무 가늘면 빨리 물러질 수 있으므로 줄기가 도톰한 것이 좋다. 열무는 자칫하면 풋내가 날 수 있기에 김치를 담글 때 너무 많이 뒤적거리지 않아야 한다. 밀가루풀이나 찹쌀풀을 쑤어 국물을 내 담그면 풋내가 나지 않는다.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얹어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벼 먹는 열무비빔밥과, 국물을 넉넉히 잡아 국물김치로 담가 국수를 만 열무국수는 열량 낮은 여름철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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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주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좋은 포도



23일은 처서(處暑)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처럼 처서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강해서 벼는 이삭이 패고, 포도는 검은 보랏빛으로 익어 제맛을 내는 때다. 포도의 항산화 성분 레스베라트롤이 스트레스를 낮추고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개선하며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75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치매 유병률은 10.16%로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뇌세포가 파괴돼 지능·사고력·기억력 등 정신적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치매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큰 고통을 받는 질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원인으로 가장 빈번한 퇴행성 대뇌 질병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축적돼 뇌 신경세포를 죽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주성분은 베타아밀로이드다. 포도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인 레스베라스톨은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세포 내 침착을 현저히 줄여준다. 미국 텍사스 A&M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레스베라스톨은 뇌 기억 중추 해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건망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레스베라스톨은 우울증과 불안증을 일으키는 PDE4의 발현을 억제해 뇌 신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베라스톨뿐 아니라 다양한 유효 성분은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포도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껍질을 먹기 힘들다면 통째로 갈아 주스로 만들거나 플레인 요구르트를 넣고 갈아서 먹으면 좋다. 열무비빔밥과 문어에 무와 파를 넣고 끓인 국에 포도를 곁들인 보약 밥상으로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맞이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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