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5G 첫 성적표' 살펴보니
평균 전송속도 초당 700Mbps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일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실시한 상반기 5G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5G 서비스가 상용화 1년을 넘었지만, 여전히 품질 불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실제로 이동통신사들의 망 투자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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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G) 이동통신 품질평가 결과,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전송속도가 초당 700Mbps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발표하며, 4G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전송속도가 20배 빨라진다고 광고했던 것에 현저히 못 미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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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배 빠르다더니…LTE에 비해 4배 빨라진 5G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상반기 5G 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 발표'에 따르면, 서울과 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인천 등 6개 광역시에서 5G 서비스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Mbps였다. 업로드 평균 속도는 64.16Mbps다. 지난해 LTE 품질평가 때와 비교하면 다운로드 속도는 4배, 업로드는 1.5배 빨라진 수준이다.
정부 평가가 아닌 이용자 평가에서는 다운로드 622.67Mbps, 업로드 48.25Mbps로 속도가 더 느려졌다. 측정 장소에 따라서도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같은 지하철에서도 역사는 885.26Mbps, 객차는 703.37Mbps였다. KTX(272.75Mbps)와 SRT(368.35Mbps)에서 측정한 속도도 모두 달랐다.
정부·이용자의 통신사별 5G 전송속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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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LTE 전환 6.19%, 지하철 5G 가용률 76%로 높아
특정 시설에서 5G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파 신호의 세기를 뜻하는 '5G 가용률'은 소비자 체감에 비해 높았다. 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 점포나 백화점, 여객터미널, 대형병원, 컨벤션센터·벡스코 등의 전시장과 같은 건물 내에서는 평균 67.93%였다. 지하철 내 5G 가용률은 평균 76.33%, 경부선·영동선 등 주요 고속도로에서는 78.21%로 건물 안보다 높았다.
5G를 쓰다가 LTE로 전환되는 비율은 평균 6.19%에 불과했다. 영화관(0.96%), 놀이공원(1.1%)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고, 지하철 객차 안에서는 19.49%로 다소 높았다. 5G 커버리지(이용 가능 구역)는 이통 3사 평균 425.53㎢(서울 기준)이었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 605.2㎢(국토교통부 기준)의 약 70%에 불과했다.
5G 서비스 평가 결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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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우롱" "통신사 처벌"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이 같은 5G 품질평가 결과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와 통신사가 '세계 최초'만 강조하고, 실상은 허울뿐인 5G 서비스를 출시해 가입자를 우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범한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1년간 280건의 분쟁 조정 신청이 들어왔는데, 이중 56건이 5G 품질 관련 소비자 불만 민원이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통신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에서는 "통신사가 서비스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비싼 5G 요금제를 출시해 소비자를 우롱했다"면서 "정부는 이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과기부 5G 품질평가 결과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청와대에 통신사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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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는 성적표'마저도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외국 조사기관의 평가 결과와도 큰 격차를 보여서다. 지난 6월 영국의 통신 서비스 전문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 조사에서는 국내 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214~237Mbps에 불과했다. 이번 과기정통부 결과의 3분의 1 수준이다. 과기정통부가 67.93%라고 발표한 5G 가용성도 오픈시그널은 12.5~15.4%로 낮은 점수를 줬다. 권은태 과기정통부 통신회계품질기반팀장은 "오픈시그널과는 조사 시점과 방법의 차이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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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환불·보상 조치", 전문가 "5G 환상 심은 결과"
시민단체에서는 이통 3사가 '요금 현실화'를 넘어 '대규모 환불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미국 버라이즌은 5G를 상용화하면서 LTE 이용 금액에서 10달러만 더 받았는데, 서비스 시행 초기에는 이 10달러도 받지 않았다"면서 "국내 이통 3사는 5G 상용화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5G 가용률이 60%대에 불과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소비자에게 환불과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소비자 불만은 그간 정부와 이통사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5G 서비스가 완성된 것처럼 느끼게 했던 것에 대한 역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5G 서비스 시행 초기 단계이며, 단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인식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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