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민준영 인턴기자] 강원도 평창 자생식물원 뜰에 전시된 소녀상 앞에 엎드려 사죄하는 '영원한 속죄' 조형물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조각상을 전시한 제작자는 "해당 조각상을 치울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김창렬 평창 자생식물원 원장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우리 집 마당에 만들어놓은 걸 이웃집에서 뭐라 그런다고 창고에 갖다 놓을 수도 없는 거고 그냥 오는 사람들은 와서 볼 수도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해당 조형물을 설치한 배경에 대해 "사비를 지출해 의뢰해서 만든 작품"이라며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어디서 도움받아서 만든 것 아니냐고 곡해해서 직접 전화까지 하면서 뭐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마음이 불편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향의 봄 합창단이라든지 돼지 떼들 걸어 다니는 이런 모습들의 조형물들이 많다. (영원한 속죄) 조형물도 그중 하나다"라며 "그래서 이왕이면 식물원에 있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의미 있는 걸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 머릿속에서 구상하다가 만든 건데 그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해당 조형물을 두고 아베 총리를 형상화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니다. 아베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했지만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사죄를 하고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아베라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아베라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아베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도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들에게 무릎 꿇어 사죄했듯이 대상은 사죄하는 누군가이지 아베를 콕 집어서 '이건 아베야'라고 한 게 아니다. 아베는 조금 있으면 물러날 사람 아닌가"라며 "그 사람을 형상화해서 그 작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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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그들이 잘못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 아직도 진행형이고 여전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과 무역 문제 등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결례가 아니고 개인이 만든 작품은 결례라고 하는 건 자기중심적 발언"이라며 "농사짓는 사람, 식물원 운영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 이런 짓을 하겠냐. 다만 좀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하나의 조각으로 만들어 놨을 뿐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일본 언론에서 이 사태를 계속 키우려고 하는데 키우든 불리든 상관없지만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내 개인의 생각을 만들어서 이렇게 작품화했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문제 되는 걸 원치 않는다"라며 "또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정부는 28일 한국에 있는 한 민간 식물원에 설치됐다고 보도된 이른바 '아베 사죄상'에 대해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선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평창 자생식물원은 다음 달 10일 식물원 내 잔디밭에서 제막식을 열고 조형물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외교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예정된 제막식을 취소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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