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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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고소 사실을 청와대와 경찰, 검찰이⁰ 유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권력 기관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 “상급기관에 알린 적이 없다”고 한 해명 이후 5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수사 TF(태스크포스)는 최근 일명 ‘고소장 문건’을 최초로 오프라인에서 주고받은 혐의로 3명을 입건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입건한 3명 중에는 피해자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목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온라인으로 해당 문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에 이 문건을 최초 게시한 2명을 특정해 입수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문제는 수사기밀 유출 경로로 지목되는 ▶경찰과 청와대 비선(秘線)라인 ▶고소에 앞서 피해자 면담 요청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서울시 파견 경찰 등 권력 핵심과 가까운 기관에 대해서는 수사에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는 최근 대검찰청에 박 전 시장 성추행 피고소 사실 유출 수사 계획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검 수사팀은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청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라인을 통해 어떻게 수사 정보가 전달됐는지 수사할 수 있다. 다만 대검 내에서도 “피고소 사실 유출 의혹을 받는 당사자인 중앙지검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느냐” “국회서 특임검사를 임명해서 수사해야 하지 않느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검찰 수사는 검사장 인사를 앞두고 더욱 불투명해졌다. 유현정(47‧사법연수원 31기) 여성아동조사부장으로부터 처음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지검장과 김욱준(48‧사법연수원 28기) 4차장 검사는 각각 고검장과 검사장 승진 인사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 고위급 검사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지난 4월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 총괄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 구속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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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 부장이 당연히 상부에 보고했을 것, 안 했으면 직무유기”
이런 가운데 피해 여성을 변호하고 있는 김재련(48‧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가 처음 중앙지검과 접촉했다고 밝힌 유현정 부장은 주말인 지난 26일 오후에도 출근했다. 유 부장은 취재진이 다가가자 묵묵부답으로 부장검사실이 있는 7층으로 올라갔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 부장은 사건이 들어오면 덮을 성격이 아니다”며 “처음 중앙지검에서 관련 사건에 대해 설명할 때도 처음엔 ‘검토를 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였다’고 하지 않았느냐. 유 부장은 그대로 고소장을 받으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은 지난 4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재판에 넘긴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을 맡은 검사다. 성범죄 전담부서에서 장기간 일한 경력과 함께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점 때문에 2018년 4월 대검찰청 양성평등담당관실 출범과 함께 초대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유 부장이 7일 오후에는 면담을 받아들였다가 그날 저녁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사이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욱준 4차장 검사에게 보고돼 김재련 변호사를 만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한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상부에 보고를 안 했다면 유 부장이 직무유기로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 지검장과 김 4차장검사, 유 부장검사 등을 공무상비밀누설과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지난 25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수사기밀 의혹을 규명하는 ‘스모킹 컨(결정적 증거)’이 경찰이 압수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 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17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강제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고소 내용이 어떻게 박 전 시장 측에 유출됐는지 규명하는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김민상·김수민·김기환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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