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사당역 근처에서 만난 세월호 유족 박종대씨가 최근 펴낸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의혹과 진실’을 소개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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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발생과 구조 실패 등을 추적한 책이 나왔다.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 의혹과 진실>이다. 총 1103쪽으로, 사건을 8개의 장으로 구분해 49개 의혹을 정리했다. 저자는 2014년 당시 단원고 2학년이었던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56)다.
6년의 세월이 지나며 박씨는 세월호 참사 전문가가 됐다. 세월호에 관해서는 전문가로 불리는 교수들이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보다 그가 훑어본 자료가 더 많다. 세월호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종종 그에게 참고 자료를 얻는다.
지난 22일 서울 사당역 근처에서 박씨를 만났다. 서점에서 잘 팔리지도 않을 6만9000원짜리 ‘벽돌책’을 낸 이유는 한 가지다.
“자료에 기반해 사건을 정리한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이 책보다 세월호를 ‘사건’에 집중해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은 없을 것 같아요. 자만심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각입니다. 다들 세월호에 관심이 없어지고, 이제 연구하는 사람들도 없으니까요.”
책은 해경의 구조 실패, 박근혜 청와대의 사건 인지에 대한 의혹, 전원 구조 오보의 의도성, 국가정보원의 유가족 사찰 등을 담았다. 언론 기사로 확인된 것과 현재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에서 수사 중인 주제들도 다수 포함됐다. 언론이나 사참위 발표 등에서 다뤄지지 않은 미공개 자료도 있다. 자료를 기반으로 했지만, 엮어내는 과정에서 박씨의 추론이 들어간 부분도 있다.
전원 구조 오보의 의도성이나 구조 실패를 서술한 부분에는 특히 추론이 많다. 그러나 박씨에게 대형 언론사들의 주먹구구식 보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신뢰의 상징이었던 국가기관과 언론의 헛발질은 유가족의 ‘음모론’을 키웠다. 그는 “해경 등 당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왜 당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반추해보려고 했다”며 “자료를 확인할수록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반복했다. ‘음모’라는 부분을 개입하지 않으면 여전히 사건의 원인과 구조 실패를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료의 출처에 대한 주석을 많이 달았다. 여러 자료를 통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이것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었다”며 “책을 읽고 나와 다르게 판단해도 좋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박씨는 자료 더미에서 살았다. 회사에 출근하며 7㎝ 바인더 세 권 자료를 꽉 채워 들고 다녔다. 쉬는 시간과 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책에는 ‘사건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읽을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이후 의원실 등에서 재판 기록을 구해 읽었다. 지금까지 약 340여 건의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 언론사 등에 제보하기도 했다. 2016년 출간된 <세월호, 그날의 기록>에도 박씨가 얻은 자료가 일부 쓰였다.
2017년 4월9일 인양된 세월호를 그해 12월 촬영했다. |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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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책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해 8월엔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을 해온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등의 도움을 받아 책을 완성했다. 박씨는 “책을 쓰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상태로는 회사에도 폐를 끼칠 것 같아 그만뒀다”며 “책이 나왔고, 나 역시 가정을 유지해야 하니 다시 일자리를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로 활동을 종료하는 사참위 활동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박씨는 “사실상 한계가 많은 조직이다. 백서에도 깜짝 놀랄만한 결과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참위가 조사한 자료는 활동이 끝난 뒤에도 외부 공개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조사한 자료를 열람하게 해서 기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특수단은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세월호 참사 조사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고 느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언론을 두고는 “그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보다 유가족의 눈물에 더 관심이 많았다”며 “이제 가족들의 눈물이 말라버리니 언론도 더 이상 보도할 것이 없는 것인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간의 자료를 엮은 책이 실물로 눈앞에 놓였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그는 “침몰이나 인양에 관련해서는 제대로 공부를 못했다. 그 부분을 앞으로 좀 더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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