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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이슈 국악 한마당

중증장애 딛고 판소리에 눈 뜬 '국악요정' 이지원씨, 올해의 장애인상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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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1년 만에 '중증지적장애' 판정

초등학교 1학년때 판소리 배우기 시작해

장애인단체·노인복지센터 등에 재능기부

태어난 지 1년 만에 ‘중증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세상에 처음 나올 때 선천성 대동맥 협착 심장질환을 안고 나와서다. 돌이 지난 여자아이는 또래보다 성장이 늦었다. 걸음을 걷는 것도 말을 배우는 것도 더뎠지만, 부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애를 극복하고 어엿한 대학생이 된 여자아이는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한다. 충남 공주에 사는 이지원(20·여)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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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는 이지원씨(왼쪽)가 23일 오후 충남도청에서 열린 '양극화 대책 도민 보고회'에서 민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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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출생인 이씨는 장애로 인해 언어·신체 발달이 또래보다 늦었다. 이씨의 부모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병원 곳곳을 오가며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씨가 유난히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울다가도 음악이 들리면 그칠 정도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부모는 이씨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공주 박동진 판소리전수관에 보냈다. 학업 능력은 다소 부족했지만, 판소리는 긴 가사를 한 번만 들어도 외워 부를 정도로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이씨의 지도를 맡았던 판소리 담당 교사도 “절대음감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씨는 중학교에 진학한 뒤 판소리 대신 흥이 많은 경기민요로 전공을 바꿨다. 공주여고(특수반)에 들어간 뒤에는 장애인대회에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게 된다. 이씨는 장애인단체와 노인복지센터, 특수학교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다.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장애인과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

한국을 대표해 일본과 태국·몽골·네팔·오스트리아·체코 등에서 열린 공연에도 참여했다. 소리꾼으로 활동한 10여년 간 350차례가 넘는 공연 무대에 올라 기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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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제40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는 이지원씨. [사진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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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017년 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어워즈 심사위원장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등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일본 도쿄 골드콘서트 15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해는 대한민국 장애인예술경연대회에서 장예총(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씨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제24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한다. 충남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는 건 이씨가 처음이다. 충남도는 이씨가 중증장애 예술인으로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 ▶한국 장애 예술의 우수성과 국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점 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음악목회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씨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공주에서 천안까지 통학을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소리꾼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는 게 이씨의 소박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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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충남 아산의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국제장애인문화예술교류대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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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이언우 장애인복지과장은 “이지원씨는 소리꾼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장애인이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더 많은 장애인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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