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가해자들 빠진 최숙현 청문회, 거짓 진술 강요도 드러났다

박양우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에서 고(故) 최숙현 선수를 괴롭혔던 가해자들이 추가로 폭로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최 선수의 일기장에는 이들을 향한 분노가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최 선수의 일기장을 처음 공개했다.

이 일기장에는 괴롭힘으로 고통 받던 최 선수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 ‘내가 아는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은’이란 질문 아래 김 감독과 장윤정, 김정기(김도환의 개명 전 이름), 경주시청 소속 선수 2명의 이름이 나열돼있었다. 최 선수는 다이어리에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이 누구인가를 백 번을 물어도 장윤정, 김 감독, 김정기, A선수’라며 ‘B선수는 좀 바뀐 것 같기도’라고 적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처음 언급된 두 명의 선수는 최 선수와 유족이 지난 6월 고소장에 적시한 피고소인 명단에 없던 인물들이다. 이용 의원은 “현재까지 밝혀진 가해자 외에 추가 가해자가 더 드러났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내에서 감독의 영향이 이 정도였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으로 나온 김도환은 A선수와 B선수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대답을 아꼈다. 대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감독과 장윤정이 목격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감독은 경찰 조사가 진행되던 5월 중순에 경주시청 전ㆍ현직 선수들을 숙소로 불러 경찰 진술서를 쓰도록 하고, 다 쓴 내용을 장 선수와 함께 검토한 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이 공개한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감독은 ‘가만두지 않을 거다. 내 등에 갈 꽂은 제자는’, ‘내가 때린 건 인정해. 그런데 내 직장, 내 밥줄을 건드려’ 등의 위협적인 말을 했다.

또한 장윤정은 폭행, 폭언은 물론 후배에게 다른 후배의 폭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C선수는 “2016년 5월에 보강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 숙소로 불려갔다. 장 선배가 다른 선배에게 ‘쟤는 맞아야겠다’라고 했다”며 “지시를 받은 남자 선배가 각목으로 엉덩이를 10대 때렸다”고 증언했다. 당시 장윤정의 지시로 C선수를 때린 D선수는 “장 선배의 지시로 C선수를 때렸다”며 “만약 장 선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나도 따돌림을 당하고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로 심적 고통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반성하고, 사죄하고 싶다”며 “믿고 따랐던 선배인데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관련 핵심 가해 혐의자들은 이날 청문회에 끝내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 운동처방사, 연락이 두절된 주장 장윤정에게 이날 오후 5시까지 회의장 출석을 요구하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결국 불참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