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김봉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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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1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하고 두 기관의 수장인 우종수·박헌수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내란 수사를 두고 여러 수사기관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던 와중 벌어진 압수수색이라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도 나온다. 경찰은 ‘검찰의 노골적 수사 방해’라고 비판하지만, 검찰은 ‘내란 수사를 위한 필수적 과정’이라고 반박한다. 국수본과 조사본부는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려 검찰과 별개로 내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국수본이 지난 3일 ‘비상계엄에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을 정리했다.
‘윤석열 수사 뺏긴’ 검찰의 뒤끝?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우종수 본부장은 언론에 “특별수사단장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공조수사본부까지 꾸린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며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사본부도 조직의 수장을 겨눈 검찰의 이번 당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본을 꾸리고 있는 경찰 안팎에선 검찰이 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이첩한 뒤 ‘뒤끝’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공수처는 중복 수사가 논란이 되자 공수처법 24조1항을 이유로 경찰과 검찰에 사건 이첩을 계속해 요청해왔다. 결국 경찰에 이어 검찰은 지난 18일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당시 검찰 특수본은 윤 대통령 사건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수처는 완강하게 이첩을 요구했다고 한다. 때문에 경찰 내부선 이런 과정이 이번 압수수색의 배경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검찰 “경찰의 내란 관여 확인 위해 불가피”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경찰과 군의 내란 사태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고 설명한다.
국수본이 비상계엄 과정에 연루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비상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실무자는 국수본 쪽에 ①계엄사 구성 때 만들어지는 합동수사본부에 참여할 수사관 100여명을 준비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②국회로 출동한 계엄군의 길잡이를 해줄 수 있는 경찰 명단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까지 수사상황을 종합하면 ①은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②의 경우 경찰은 당시 국회 인근에 배치된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형사 10명의 명단을 방첩사 쪽으로 전달했다. 방첩사의 요청에 경찰이 응한 것인데, 검찰은 어떤 과정을 거쳐 명단 전달이 이뤄졌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우 청장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본부 역시 비상계엄 연루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정 선거’ 등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 계획이었던 ‘직속수사팀’ 구성에 조사본부 차장인 김아무개 대령이 연루된 의혹이 나오자 직무배제 조처를 했다. 이번 내란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이후에 구성되는 합동수사본부 외에 자신이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속 수사단을 꾸리려고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사본부 역시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 요청을 받아 군사경찰 수사관 10명을 국회 쪽으로 보내기도 했다.
경찰 “우종수 본부장, 방첩사에 협조 말라고 했다”
검찰은 우종수 본부장이 ①번과 ②번 요청을 모두 보고받았다고 보고 있지만, 경찰은 관련성을 부인한다. ②번 계엄군 길잡이 요청을 받고 현장 경찰 인력의 명단을 방첩사 쪽에 전달하긴 했지만, 우 본부장이 해당 사안을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②번 계엄군 길잡이 요청은 ‘방첩사→국수본 실무 계장→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과장)→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국장)→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보고됐고, 조 청장의 승인으로 명단이 제공됐다고 밝혔다. 오히려 ②번 요청에 대한 실행이 이뤄진 뒤 우 본부장에게 보고가 이뤄졌고, 우 본부장은 이를 질타한 뒤 ①번 요청인 합동수사본부 수사관 100명 요청에 대해 절대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우 본부장은 제주에 있었고, 안내요원(길잡이)에 대한 조치가 끝나고 난 뒤 명단을 넘겼다고 보고하니 ‘민감한 시기에 보내면 되겠냐’고 질타를 했다”며 “‘인력 지원은 엄격히 법령 검토를 해야하므로 내일 아침 내가 서울에 갈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고 (100명 요청과 관련해) 방첩사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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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군이 협조한 인력은 ‘체포조’ 도우미?
검찰은 국수본과 조사본부에서 국회 쪽에 보낸 인력이 계엄군의 체포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 쪽은 경찰과 국정원에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중앙선거관리위원화 관계자 등 체포 대상 14명에 대한 위치 추적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체포조 운영은 윤 대통령의 내란죄 입증을 위해 중요한 대목 중 하나다. 헌법 기관인 국회와 선관위를 마비시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쪽의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9일 “대통령이 ‘체포의 체’도 꺼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어느 선까지 이뤄졌는지, 국수본과 조사본부의 가담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내란죄 자체가 조직범죄라는 점도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로 보고 있다. 비상계엄 과정에서 각 국가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를 규명해내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범죄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대통령 수사→군·경 수사’로 타깃 이동
검찰이 윤 대통령 사건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한 것이 국수본과 조사본부를 상대로 한 수사에 영향을 일부 미치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 특수본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들을 구속하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의 고삐를 죄어 가고 있었다. 실제 지난 11일에는 윤 대통령 소환통보를 하기도 했다. 다른 수사를 제쳐놓고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수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올인’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한 뒤 검찰이 수사해야 할 대상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수사가 비상계엄 당시 군과 경찰의 행적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 수사를 공수처가 맡게 되면서 수사 혼선은 줄어들겠지만 각 기관 사이의 갈등은 쉽사리 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사이의 갈등이 오래 쌓여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란 사태라는 ‘역대급’ 수사를 둘러싼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 방해를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경찰 등에 합동수사를 제안했지만 아무런 상의 없이 검찰을 제외한 공조본을 꾸린 것을 반길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의 미비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건 초기부터 내란 수사의 주체가 누구인지 쟁점이 됐던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큰 혼란을 겪은 만큼 이후 각 수사기관의 직접 수사 범위 등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법 개정이 필수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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