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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경찰, 변해야 산다]<1>권한 맞는 실력 증명해야…'故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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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개정…검·경 '수평관계'로

警 100년사 대격변

수사권조정, 단순한 경찰 권한 키우기 아냐

'경찰개혁' 병행돼야

사실규명 오롯이 경찰 몫인데…시작부터 잡음

검찰과 경찰이 '수평관계'로 전환되는 검경 수사권조정 시대가 열렸다. 경찰의 권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려는 자치경찰제 도입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으로 출범한 경찰이 10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격변' 시기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진정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찰이 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 경찰 스스로 주어진 권한을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본지는 공정한 법집행과 정치적 중립, 민주적 통제라는 경찰개혁의 핵심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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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고소인측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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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의혹이 전국을 강타했다. 진실 공방과 2차 가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실 규명 과제는 오롯이 경찰의 몫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시작부터 경찰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첫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경찰이 신청한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통신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두고 경찰의 수사 의지에 의구심도 표하고 있다. 경찰 수장이 교체되는 민감한 시기에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간의 이목은 '여권의 유력 인물 사건을 과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에 쏠리는 형국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권한이 커질 경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앞서 2월 공포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개정 형사소송법)은 대한민국 헌정 이래 처음으로 경찰과 검찰을 수평적 협력 관계로 규정했다. 법이 시행되면 경찰이 개별 사건 수사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의 수사 범위가 한정되는 만큼 경찰의 수사 권한은 확대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도 주어진다. 향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어온다면 경찰은 그야말로 국가를 대표하는 '수사기관'이 된다.


이 같은 검경 수사권조정은 단순히 경찰의 권한을 키우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 건 아니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 한다는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분권ㆍ균형ㆍ견제를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실시한 '국가기관 업무수행 및 신뢰도 평가' 결과 경찰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6%에 그쳤다. 달리 말하면 '경찰이 잘해서'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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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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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게 바로 '경찰개혁'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업무를 자치경찰에 분산해 권력 비대화를 막고,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주민에게 더 다가가는 치안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취지다. 과거 불법 사찰ㆍ정치 관여 등으로 논란을 빚은 정보경찰 개혁도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중요한 개혁과제다. 국가수사본부 중심으로 재편될 국가경찰의 수사 공정성ㆍ전문성 확보 또한 중요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경찰개혁을 "경찰이 현재 가지고 있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와, 강화된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당면한 과제"라고 규정했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상호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경찰개혁은 이제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그간 민갑룡 경찰청장 체제에서 경찰이 과거사 반성과 경찰개혁 밑그림 그리기에 집중했다면, 차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를 섬세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공정한 수사,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 엄정한 법집행이 담보돼야만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박 전 시장 사건의 진실 규명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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