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한-이란 관계
대이란 외교 비상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IRNA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21일 주한(駐韓) 이란 대사를 초치(招致)해 이란 정부가 최근 한국 정부에 “원유대금을 갚지 않으면 국제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아중동) 국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했다. 고 국장은 이 자리에서 샤베스타리 대사에게 이란이 우리 측에 원유 대금 관련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진의를 묻고 유감 표명을 했다.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 국장. /외교부 |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 측 입장 관련 보도과 관련) 아주 유감스런 보도”라면서 “오늘 당국자(고 국장)가 보도에 나온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에 이란 측은 양해를 구하고 해당 발언이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강조했다”고 했다.
앞서 이란의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외무부 대변인은 19일(이란 시각)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가담해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을 법적인 근거없이 동결했다면서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이 인터뷰에서 “워싱턴과 서울은 주인과 하인의 관계”라며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인 불법 제재에 복종하는 것은 이런 이유”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은 이란과 진정성 있게 거래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미국의 제재를 핑계로 한국의 은행에 동결한 우리의 원유 수출대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사용하라고 최근 외무부에 지시했다”며 “외교적으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국제 법정에 소송해 이 채무를 갚도록 하겠다”고 했다. 원유 대금 문제로 경제 협력 관계였던 한국과 이란 사이가 연일 금이 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란이 동결 해제를 요구하는 동결 자금은 한국 정유·화학회사가 수입한 이란산 원유의 수출대금으로 약 70억 달러(약 8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한국은 미국의 승인 아래 2010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고, 이란에 비제재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그 대금을 이 계좌에서 받는 방식으로 이란과 교역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한국의 두 은행은 이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원유 대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란 외무부는 작년말 유정현 주이란 한국 대사를 초치해 IBK·우리은행 계좌에 지난 9년여간 쌓인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예금 70억 달러를 조속한 시일 내 찾을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 계좌의 예금 이율은 '제로(0)'에 가까워 예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란에 손해다. 이란 외무부 당국자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의약품·식료품의 수출입 대금 결제는 노력만 하면 이행 가능한데도 한국 정부가 제대로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란 중앙은행, 보건부 관계자들도 유 대사와 접촉해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이란은 미국의 압박 정책으로 최대 외화수입원인 원유 수출길이 막힌데다 코로나 사태로 교역이 더욱 어려워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례적으로 한국을 비난한 것도 경제난 등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무리한 여론전을 펴며 타개책을 찾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석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