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매체, 사건 재조명하며 "한국 외교부 문화인가?"
뉴질랜드 측 수사협조 요청에도 외교부 '모르쇠'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 사건에 대한 호주 국제전문지 더인터프리터 보도. 세종대왕 뒤로 외교부 청사가 보인다. /더인터프리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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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2년여 전 발생한 한국 외교관 성범죄 사건이 최근에도 계속 회자되며 한국에 대한 부정 여론을 키우고 있다.
외교부가 이 외교관에 대한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등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 일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일부 매체는 이 외교관 사건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와 함께 다루며 한국 사회의 성범죄 행태를 집중 조명하는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뉴질랜드의 외교 소식통은 20일 “외교부는 외교관 사건을 쉬쉬하려 하지만 현지에선 각종 사건과 엮여 계속 회자된다”며 “정부가 해외 성범죄 사건이라고 간과하며 적당히 넘기려는 생각은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아시아미디어센터(AMC)는 최근 빅토리아 대학 한국 전문가의 글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성범죄 문제를 분석했다. AMC는 “성범죄는 한국 외교부 안에서도 벌어졌다”며 한국 외교관 A씨 사건을 지목했다.
뉴질랜드 매체와 본지 취재 등을 종합하면, A씨는 2017년 12월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현지 채용 직원의 가슴·엉덩이 등 신체 여러 부위를 만지고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 국적자인 피해자는 상관인 A씨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 후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같은 건물에서 근무해야 하는 등 ‘2차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말 주뉴질랜드 공관 근무 시절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한국 고위 외교관 A씨의 모습. 그는 부적절한 언행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외교부 |
하지만 A씨는 현지 경찰 조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2018년 귀국해 외교부 자체 조사를 거쳐 1개월 감봉 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만 받았다. 외교부는 이 같은 결정을 하면서 정작 피해자 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아 ‘제 직원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외교부는 지난 2월말 뉴질랜드 법원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우리 정부에 수사 협조 요청을 했지만 ‘외교관 면책 특권’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외교가에서도 “외교관 면책 특권이 성범죄 조사 회피용으로 악용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A 외교관은 아시아 주요국의 총영사로 근무 중이다.
강경화(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과 인천공항에서 탑승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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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C는 “(한국 정부는) 뉴질랜드 당국과 (한국 외교관의 성범죄 사건 조사를 위해) 협력하기보다는 그렇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나라 정부는 전에 (협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MC는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 대사 사건 등 한국 외교부의 성범죄 사건들을 나열했다.
호주 국제전문지 더인터프리터도 외교부가 A 외교관에 대한 뉴질랜드 당국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과 관련 “한국 외교부에 문화적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단지 몇몇 “나쁜 계란(bad eggs)”의 사례일 뿐일까”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교학사 영어 사전에 따르면, ‘bad eggs’는 구어로 ‘인간쓰레기’, ‘신용할 수 없는 놈’, ‘악당’이란 뜻이다.
한국 외교관 성범죄 사건에 대한 더인터프리터 기사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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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취임 초 전 직원들에게 '성(性) 비위 감사 보고서'까지 공개하는 등 임기 내내 '성 비위 근절'을 강조해왔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해외 근무가 많은 외교부 직원에 대한 기강 확립 문제는 한번으로 끝나선 안 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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