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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이재명이 기름부은 '서울·부산 무공천'…이낙연이 난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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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무공천 딜레마’가 20일 더불어민주당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으로 점화됐다가 잦아들었던 논란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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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 본관 로비에서 입장 발표 도중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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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말도 아니고 규정으로, 무슨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지 않았느냐”며 “이걸(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면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성문화된 당헌은 지키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는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지사가 무공천론을 들고나온 것을 두고 당내에선 “라이벌인 이낙연 의원을 겨냥한 것”(수도권 재선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이 지사 특유의 ‘원칙’과 ‘선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이 의원을 딜레마의 복판으로 몰아넣는 효과를 노린 포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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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이낙연 의원(오른쪽)과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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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당 대표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은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이미 ‘공천 불가피론’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도 재보선 공천의 불가피성을 전제로 “당헌 준수 여부와 국민에게 정중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절차 등 두 차례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낙연 의원은 여전히 입장을 유보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다른 정치인들이라면 자유롭게 말씀해도 괜찮지만 저는 조금 조심스러운 게 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어떤 길이 책임 있는 자세인가 당 안팎의 의견 들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득실 면에서도 재보선 무공천 여부는 문재인 정부 총리 출신의 1위 주자 입장에선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슈다. 당 대표가 되더라도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해 재보선 후보 공천 직후가 될 내년 3월 9일까지는 중도 사퇴해, 재보선 자체는 백의종군할 수밖에 없는 정치일정과도 관련돼 있다. 이 의원이 이 지사처럼 무공천을 주장해 관철될 경우 4월 보선 승패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하는 리스크를 회피할 수도 있지만 ‘선거 회피’에 따른 존재감 약화를 감수해야 한다. 반면 김 전 의원처럼 “당헌 개정을 통한 공천”을 내세운다면 당 대표로서 공천은 하지만 선거 지휘는 차기 당 대표에게 넘기는 어색한 상황이 전제된다. 선거에 지면 책임론을 피할 수 없지만 이겨도 그 공을 오롯이 자기 몫으로 챙기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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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서 열린 종로 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의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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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상황 탓에 이 의원을 돕고 있는 의원들 사이에 의견도 분분하다. 한 재선 의원은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은 궐위 경위나 정치적 비중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두 광역자치단체장 공천문제는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결단해야 될 문제”라고 했지만, 또 다른 의원은 “공천을 포기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장기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중대사는 전(全)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정청래 의원)는 견해도 나온다. 무공천론의 연속선 상에서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친(親)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자는 ‘제3의 길’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이미 “꼼수”(재선 의원)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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