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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집값하락은 노무현 정부 투기억제조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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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을 통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엄밀하게 구별해야 한다"며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확대 해석할 때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원론의 '코라콜라지수'를 예로 들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코라콜라를 많이 마시는 나라가 상대적으로 국민이 더 건강하고 교육도 많이 받고 정치적으로 자유롭다는 '상관관계'는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코카콜라를 많이 마시면 부유한 나라가 되지는 않는다. '인과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 역시 집값과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는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집값,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부동산 세수가 줄어서가 절대 아니다"며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급락한 데다가 노무현 정부 후반 도입된 투기억제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또 "부동산 경기의 침체 기조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것이지 부동산 세수를 줄여서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게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각 정부하의 부동산 세수와 집값, 전세값의 추이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하에서 집값이 크게 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부동산 세수 증가에 기인한 것은 결코 아니다"며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부동산 세수가 증가하게 된 것은 집값 상승이 일어난 후의 일"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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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상 세금 올리면 집값 떨어져야..투기바람 불면 더 오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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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의 '자본화' 이론에 따르면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부동산의 공급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하에서 부동산에 장래 부과될 세금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똑같은 두 채(A,B)의 집이 있는데 한 집(A)에는 전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다른 집(B)에는 세금이 부과된다고 가정해 보자. B에게 부과된 세금의 현재 가치가 5억원으로 예상되는데 A의 가격이 30억원일 경우 합리적으로 주택 가격이 결정된다면 B 가격은 25억원이 돼야 한다. 미래에 예상되는 세금 부담은 즉각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이 교수는 "이론적으로 종부세 강화는 분명 그만큼의 주택 가격 하락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집값 폭락이 현실화 하지 않는 이유는 "집을 가진 사람이 어느 가격에든 팔지 않겠다고 '요지부동'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이제는 무조건 집값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집 사재기를 하는 것은 어려워졌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이 조치가 실제로 주택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투기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면 주택가격이 오히려 뛰어오를 수 있다"며 "짐작에 다주택 소유자들은 지금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주택자들이 "선뜻 내다 팔았다가 나중에 몹시 후회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지, 아니면 가까운 장래에 정권이 바뀌고 다시 부동산투기 조장책으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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