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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듣보잡 이론" 비판 받은 추미애, 이번엔 '아기와 소금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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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 "금부 분리 경제학 용어 아니지만

뜬금 없는 것도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또다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추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부동산 분리'(금부 분리)를 제안한 뒤 "뜬금 없는 부동산 훈수" “희한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이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날 오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제안한 '금부 분리' 당연히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제가 처음 말씀드린 거니까"라며 "그렇다고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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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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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은 비판을 의식한 듯 "물론 제가 경제이론가는 아니니 준비된 완벽한 이론을 꺼낼 수는 없으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가격 내리기 실패는 돈 탓인데 말실수 탓이라고 정치 공격”

추 장관은 "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해도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엄청난 돈을 생각지 않고 자꾸 그 시장에 돈을 집어넣는 정책을 쓴다면 부동산 가격 내리기는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내리기 실패는 돈 탓인데 말실수 탓이라고 정치공격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을 부력(浮力)의 원리에 비유했다. 그는 "욕조 물에 소금을 넣고 아기 몸을 담그려고 한다. 아기 몸은 진한 소금물에 담기지 못하고 뜰 뿐인데 소금을 자꾸 집어넣는다. 그럴수록 아기 몸이 위로 솟구칠 것"이라며 "아기 목욕시키기 실패는 아기 탓이 아니라 소금 탓"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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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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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은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자는 이유는 은행이 돈을 푸는 과정( 신용창출 확장 과정)에서 신용의 대부분이 생산활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토지자산을 구매하는 데 이용되며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이 풀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이 시장을 흔들고 경기변동을 유발하는데도 경제진단과 정책에서 간과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은행이 땅에서 손을 떼야지만 주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이) 완전히 손떼게 할 수 없다면 완화하는 방법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정이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에는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시장에 유입된 엄청난 돈은 계산하지 않고 자꾸 공급부족 논리로 그린벨트 풀어 시장을 자극하면 제로금리로 금융기관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는 돈마저 부동산 시장에 더 들어오면 신규 공급물량뿐만 아니라 중고 주택가격까지 가격상승을 부채질 하게 될 것은 뻔하다"고 했다.

◇추미애, 돌연 ‘금융-부동산 분리’ 제안… 野 “희한한 듣보잡 이론”

추 장관은 전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글을 올렸다. 추장관은 “당국자나 의원의 말 한마디로 서울 집값이 잡히는 게 아닌 줄 모두가 안다”면서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근본 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문재인정부라고 갑자기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발언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것에 대한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박정희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박정희 개발독재시대 이래로 서울 한강변과 강남 택지개발을 하면서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 장사를 하고 금융권을 끌여 들였다”며 “금융권은 기업의 가치보다 부동산에 의존하여 대출했다. 그러면서 금융과 부동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기형적 경제체제를 만들어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금융이 직접 부동산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라며 대안으로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는 ‘21세기 금부 분리 정책’을 제안했다.

추 장관은 그린벨트 일부 해제 검토에 대해선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의 '부동산 훈수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울시장이나 차기 대권을 노린 행보냐" "법무부 장관 본연의 업무나 잘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은 “왜 뜬금없이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문제에 나서냐”며 “현직 장관이 자기 원래 전문분야도 아닌 타 부처 업무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서는 것은 우리 국민들께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나라꼴”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다 심지어는 요즘 부동산 문제가 ‘애초에 좁은 곳에 나라 터를 잡은 단군할아버지의 전적인 잘못’이란 말도 나오겠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 안되니 법무부 장관이란 사람이 나서서 옛날 운동권 1·2학년생 정도의 논리로 현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남 탓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서 "금부 분리, 참으로 희한한 '듣보잡' 이론"이라면서 "부동산 담보로 대출하는 것을 금지하자? 시장경제를 하지 말라고 하라"고 했다.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라며 “법과 질서, 피해자의 인권을 강조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진짜 법무부 장관' 의혹, 아들의 '황제 탈영' 의혹, '휴가 갑질'에 따른 여러 위법 시비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 “나는 국무위원, 의견표명 가능” VS “법무 장관 역할은 최강욱에 맡기고 국토부에 훈수”

논란이 커지자 추 장관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무부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니지만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얼마든지 개인적 견해를 피력할 수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 귀한 의견을 국무회의에서 표명했다면 내가 박수를 쳐 줬을 것”이라며 “근데 정작 해야 할 법무부 장관 역할은 최강욱(열린민주당 대표)한테 맡겨놓고, 페북질로 국토부 일에 훈수를 두고 있으니 문제”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제 역할을 빼앗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페북에 남북관계에 대해 한 말씀 하시려나? 외교부 장관은 연금개혁에 대해 한 말씀 하시고”라며 “단추 구멍을 하나 잘못 끼우면 밑으로 줄줄이 잘못 끼우게 된다”고 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총체적 난국을 맞은 법무부 감당도 어려워 보이는데, 업무 밖 외도를 하시니 국민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며 “한눈팔지 말고 법무부나 챙기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진단도, 처방도 모두 실망스럽다”며 “추 장관은 집값 폭등의 원인이 과거 정부에서 고착화됐다며 또다시 책임을 전 정권에게 돌리고 ‘금부분리’라는 정체불명의 개념을 들고 해법이라고 제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근거도 없는 공수처의 설립을 압박하고, 검찰 시스템을 유례없이 흔들어대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추 장관이 왜 업무 밖인 부동산 대책까지 나서고 있는지 모두가 의아하다”고 했다.

[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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