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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토론회 공방은 죄가 안된다"는 이재명 판례, 선거운동 지형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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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영역은 수사기관 아닌 여론에 맡기라는 뜻
허위사실공표 적극 처벌했던 기존 법원 입장서 선회
사법부 소극적 해석 탓 차기 선거 거짓 난무할 수도
한국일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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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보자의 TV토론회 발언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웬만해선 삼가라.”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TV토론회는 웬만해선 처벌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사실상 선포한 것이다. 후보자 간 치열한 공방은 정치, 언론, 여론의 검증에 맡기고 수사기관이나 사법부는 한발 물러서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법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를 악용한 네거티브전이나 흑색선전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할 수 있는 경계선을 긋고, 처벌 범위를 좁혔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7명의 다수 의견은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ㆍ답변을 하거나 주장ㆍ반론을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토론회 주제나 맥락과 관련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경우 등”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후보자 토론회라는 특수성에서 벗어나 허위사실을 공표하지 않는 이상, 죄가 되지 않는다는 새 판례를 세운 셈이다.

특히 다수의견은 사실인지, 의견인지 불분명한 표현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다. 원칙적으로는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적시, 토론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대폭 넓힌 것이다. ‘유권자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삼아 허위사실공표죄 성립 여부를 판단했던 기존 판례와 접근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실제로 그동안 대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 부분에서 상당히 적극적 해석을 해 왔다. 선거 범죄에 정통한 한 검사는 “명예훼손이든 선거법 위반이든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위사실이면 처벌한다'는 게 기존의 확고한 판례였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5월 유성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허위사실 공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상대 후보자가 정당한 사유로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을 뿐, 근로소득세는 납부한 것을 알면서도 그는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결국 당선무효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종합소득세라고 특정하지 않은 이상, 진실이라 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 같은 기존 판례를 대법원이 뒤집은 것은 무엇보다 ‘여론에 의한 검증’에 무게 중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일반 국민이 그 토론과 후속 검증을 지켜보며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게 (민주주의에)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 고위 법관은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사실 공표로 법정에 선 적이 있느냐”며 “정치, 언론, 여론을 통해 검증해야 할 영역에서는 법원ㆍ검찰 개입을 자제하는 게 민주주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판결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판례 변화가 앞으로 선거 국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허위사실공표죄라는 엄격한 잣대가 사라지면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법망을 피해 나가는 교묘한 문답이 이어질 여지도 함께 커진 탓이다. 한 간부급 검사는 “토론회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판단 기준이 더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심층적 검토와 실무적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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