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 대책 발표에 입장문
"서울시, 제대로 진상규명 규명할 의지 없어"
"경찰, 시청 6층 증거 보전 필요…피해호소인 용어사용 말아야"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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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이 "(서울시)시장실과 비서실에는 일상적인 성차별로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와 공동 대응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오후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고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이 내놓은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의 진상규명 조사단에 대한 의견 요청에 대해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을 통해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전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여성단체, 인권단체,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경찰 수사 지속 및 서울시청 6층 증거 보전 ▲'피해호소인' 용어 사용 등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의 퇴행적 대응 중단 ▲서울시 관계자들의 언론 인터뷰시 직급·부서 공개 ▲언론의 대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서울시 비서실은 성폭력·성추행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분위기였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서울시장 비서들의 업무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들로 구성돼 있다"며 "이는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니라 여성 직원에 대한 왜곡된 성역할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박 전 시장이 마라톤에 참석했을 땐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며 주말 새벽 근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장이 샤워를 마치고 시장실로 들어가면 비서가 속옷을 가져다 주어야 했고 시장이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냈다"며 "시장이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자면 여성 비서가 낮잠을 깨워야 했고 시장의 혈압을 재는 것도 여성 비서의 업무로 부여됐다"고 비서실 소속 여성 직원들을 향해 왜곡된 성역할론 등이 강요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A씨는 2016년 1월부터 반기 때마다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인사가 번번이 좌절됐다. 2019년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가 올해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을 받았다.
전·현직 서울시 공무원, 비서진 등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거나 압박을 가한 정황도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8일 고소사실이 알려진 뒤 전현직 고위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가운데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한 이들이 있다"며 "책임과 사과가 느껴진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피해자 A씨에게 연락을 취한 일부 고위직 공무원들을 향해 "안희정, 오거든 등의 사건에서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은폐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2차 피해와 퇴행적 인식을 확산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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