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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공급 부족론’ 또 들썩, 재건축 규제 풀면 집값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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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건축·재개발 신규 물량 세보니

재건축 15년간 연평균 1471호

재개발 45년간 33만1752호 그쳐

“재건축 규제 완화 공급 확대 무관”

재건축·재개발 시장 안정에 한계

주택공급 확대 기능은 미미한 반면

고분양가 주변 집값 상승 부작용 커

개발 이익 공유할 다른 방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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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재건축 예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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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대책 발표 이후 또다시 ‘공급 부족론’이 불거지고 있다. 공급 부족론은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세제 강화만으로는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고, 서울 도심 내 공급 확대가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민간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주요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린벨트 말고는 유휴부지가 많지 않은 서울의 경우 신규 택지개발보다 기존 주택단지나 아파트를 정비하는 재개발·재건축이 효율적이지 않냐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 부담금과 같은 규제에 대해서는 ‘공급 위축’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12일 “좋은 지역에 좋은 집을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메시지를 줘 집값 폭등을 막아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발의한 바 있다. 정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면 서울 주택 공급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①15년 동안 서울 재건축으로 늘어난 주택 고작 2만호

토지주택연구원이 국토교통부의 ‘2020 주택업무편람’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재건축을 통한 입주가 처음 이뤄진 2005년 이후 서울에 공급된 재건축 물량은 총 9만6683호로 연평균 6445호 수준이었다. 재건축을 하면서 사라진 기존 주택이 7만5421호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으로 순증된 신규 주택 물량은 15년 동안 2만1262호, 연평균 1471호에 그쳤다. 서울시가 해마다 공급하는 공공임대 물량(1만6천호, 2012~2017 기준)의 10%도 안 되는 수치다.

기반시설이 갖춰진 곳에 주택만 다시 짓는 재건축 사업과 달리 재개발은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까지 전면 정비해 규모가 크다. 그러나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역시 제한적이었다. 1973년~2018년 서울에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900곳 가운데 사업이 완료돼 입주가 이뤄진 구역은 493곳으로, 40년이 넘도록 33만1752호가 신규로 공급되는 데 그쳤다. 공공이 주도하는 3기 신도시 공급 물량 70만호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토지나 주택을 소유한 조합과 민간 건설사에 의해 시행된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형 주택공급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은 주택 공급 확대 기능은 미미한 반면 수익추구형 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고분양가, 주변 집값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부작용은 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후 주택 재건축과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재개발은 주거권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재건축·재개발이 서울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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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재개발·재건축 집값 안정 낙제점

특히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입주 전에 조합원 입주권과 일반 분양자들의 분양권이 거래되는 ‘전매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입주 전부터 가격 상승 현상이 일어난다. 최근 강동구의 집값 폭등을 주도하고 있는 고덕 그라시움의 입주권 및 분양권 거래 현황(전용 84㎡, 이하 면적 기준 동일)을 살펴보면, 2016년 10월에 분양된 이 아파트는 2019년 12월 입주 전 3년 동안 분양권 거래(247건) 만으로 3억원 가까운 가격 상승(2017년 8억1천만원→2019년 11억1천만원)이 있었다. 조합원이 지닌 입주권은 55건의 거래를 통해 가격 상승폭이 4억7천만원(2016년 7억7천만원→2019년 12억4천만원)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폭등을 주도한 각 지역의 ‘대장주 아파트’들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신축된 아파트가 대다수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2012년 입주자 모집 당시 분양가가 7억4천만원(전용면적 84㎡, 이하 면적 기준 동일)이었다. 이는 2012년 한 해 마포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5억3천만원)보다 2억1천만원이 높은 가격이었다. 송파구 송파헬리오시티의 2015년 분양가(9억2천만원) 역시 같은 해 송파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6억6천만원) 보다 2억6천만원 비쌌다. ‘평당 1억원대’ 아파트로 유명세를 탄 서초구의 반포아크로리버파크는 2015년 분양가가 13억원으로 서초구 평균 매매가격(8억9천만원)보다 무려 4억원 높게 책정됐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과)는 “주택수요추정을 하면 서울에 연간 공급돼야 하는 물량이 5만호 정도로 공급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수도권의 연간 신규 수요 17만호는 언제든 서울로 향할 수 있는 대기수요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논란이 계속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특히 서울 주택 공급 부족은 고가 주택보다는 ‘부담가능한’ 저렴한 주택이 부족한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 규제 완화는 공급 확대와는 무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③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은 다를까

정부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기보다 공공이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을 검토하는 것도 기존의 방식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했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한 재건축으로는 개발 이익이 사유화되고 집값 불안이 이어진다. 도심에 실제 공급되는 물량도 얼마 안 되는데, 여러가지로 정부 방침과 맞지 않는다”며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주택토지공사나 서울도시공사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을 공식화한 바 있다. 7·10 대책 때는 ‘공공재건축’ 개념도 등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재건축도 공공재개발과 유사하게 조합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공급 효과를 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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