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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수돗물 벌레 정체는 깔따구 유충…“정수장 유충이 가정으로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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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유충. [너나들이 검단신도시 검암맘 카페]




“월요일부터 2마리 발견되더니 수요일에 또 2마리, 오늘 2마리 보였어요ㅜㅜ 필터 안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니 미치겠네요.” - 너나들이 검단신도시 검암맘 카페글

14일 인천 서구 지역의 한 인터넷 맘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인천시 서구 당하동에 산다는 이 글쓴이는 “민원을 접수했지만, 저희 빌라 문제라고, 일단 수질검사 보내 드리겠다는 이야기만 하고는 아직 연락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인터넷 카페에는 수도꼭지에 설치된 필터에서 벌레가 발견됐다는 게시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는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에 실지렁이 모양의 유충이 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수돗물서 유충…생수로 아기 씻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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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연합뉴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민원이 처음으로 들어왔다. 이후 10일과 11일에 서구 당하동에서 비슷한 민원이 접수되는 등 14일까지 총 23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이 처음 발생해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당시 붉은 수돗물은 수계 전환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가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각 가정에 흘러든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의 90% 이상이 수돗물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붉은 수돗물에 이어 벌레까지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서구 검암동에 사는 이모(39·여)씨는 “아침에 씻고 나서 봤는데 알처럼 생긴 것과 붉은 실 같은 유충이 보였다”며 “25개월 아이가 있어서 생수로 아기를 씻기고 있다”고 말했다.



깔따구 유충…정수장서 유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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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천 서구 검암동에 사는 이모(39)씨 집에서 설치된 수돗물 필터에 붉은색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거 검출됐다. [이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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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깔따구 유충은 4급수 같은 썩은 물에서도 살 수 있어 물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알 수 있는 수질오염 지표종이기도 하다.

문제는 더러운 물에 사는 깔따구 유충이 가정의 수돗물 필터까지 어떻게 들어갔는가다. 인천시 측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활성탄 여과지는 물속의 ‘이치미 물질’(물속에서 냄새나는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의 DNA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수자원공사와 함께 배수지 내시경 조사를 통해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활성탄 여과지를 활용한 고도정수처리공정을 표준공정으로 전환하는 등 활성탄 여과지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여과지 세척 주기를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단축하고 중염소를 추가 투입하는 등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유충 발생 지역을 대상으로 수돗물 방류작업을 실시해 기존 수돗물을 교체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수돗물 마시지 말라”…학교 급식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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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서구지역 5개동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돼 14일 오후 인천시 서구의 해당지역 초중고등학교가 급식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한 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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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유충 발견 신고 지역인 서구 왕길동과 당하동, 원당동 등 3만6000세대에 대해서는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 교육청도 시 상수도사업본부 요청에 따라 민원이 접수된 지역 내 일부 학교의 급식을 중단했다. 지역 내 유치원과 초·중·고 약 39곳은 14일부터 대체급식에 들어갔다. 시 교육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급식 재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천권필·심석용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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