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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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한 시장을 의식한 듯 13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추가 자료를 냈다. ‘주요 제기 사항에 대한 설명’이란 제목을 달아서다. 일문일답 형식을 빌려 시장의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의 답은 ▶1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은 크지 않으며 ▶실거주 아닌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고 ▶양도소득세율이 높다고 증여를 택할 우려는 크지 않으며 ▶전세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란 내용으로 요약된다.
시장에서 터져 나온 불만과는 정반대 얘기다. 7ㆍ10대책 발표 이후 더 벌어진 시장 대 정부의 시각차만 확인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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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주택자라면 세금 폭탄 아니다?
이날 자료를 통해 정부는 “1주택자의 경우 주택을 장기 보유한 경우 세 부담 증가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장엔 중요한 단어 하나가 빠졌다. ‘다주택자보다는’이란 전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다주택자 세금이 많이 늘긴 하지만 1주택자도 불이익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지난주 발표된 7ㆍ10대책에선 다주택자 대상 종합부동산세율만 올렸다. 하지만 1주택자 종부세율을 상향 조정한 지난해 12ㆍ16대책 역시 유효하다. 집이 한 채라 하더라도 종부세율은 현행 0.5~2.7%에서 내년 6월 이후 0.6~3%로 올라간다. 여기에 더해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아파트 시세에 수렴하게끔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조정(90→95%)한다.
기재부 모의 계산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 아파트 한 채만 10년간 소유한 65세 A씨 예를 들었다. 아파트 공시 가격이 올해 31억원, 내년 34억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종부세는 올해분 756만원에서 내년분 882만원으로 126만원(16.7%) 늘어난다. 같은 집을 3년 소유한 58세 B씨가 부담할 종부세는 올해 1892만원에서 내년 2940만원으로 1048만원(55.4%) 증가한다.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 고령자 공제(만 60세 이상) 혜택을 받는 A씨라고 해도 종부세 상승은 피할 수 없다. 1세대 1주택자인 B씨도 종부세 부담이 50% 넘게 는다. 종부세액이 2배 이상 급증하는 다주택자만큼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증가률이다.
종부세만이 아니다. 이달부터 집으로 날아오기 시작한 올해 재산세 고지서에 이미 ‘악’소리가 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재산세는 지난해보다 229만원(27%) 늘어난 1076만원이다. 2년 새 643만원(148%) 늘었다. 김 소장은 “공급 부족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갔고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상향 조정됐기 때문에 다주택자, 1주택자 할 것 없이 체감 인상률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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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주택 매도 유도, 증여는 손해?
정부는 “양도세 인상은 내년 6월 1일 이후부터 적용되며 그 전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매도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양도세율이 높다고 우회 수단으로 증여를 택할 우려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양도세는 양도 차익에만 부과되지만 증여세는 주택가 전체에 부과되고, 양도는 매매대금이 들어오는 것(양도차익 실현)이나, 증여는 소득 실현 없이 자산만 이전되므로 현실적 부담이 더 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 말을 거꾸로 풀어보면 더 설득력이 있다. “단순히 증여세 부담이 높다고 해서 우회 수단으로 양도(매매)를 택할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게 현실에 더 부합한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우선 세금 차이가 매매로 쏠릴 만큼 크지 않다. 서울 양천구 목동 힐스테이트(전용면적 84㎡)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59㎡)를 보유한 2주택자가 마포 집을 팔면 양도세는 1억6318만원이다. 반면 아내에게 증여하면, 가족 소유를 유지하면서 증여세 1억8915만원을 내면 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매냐 증여냐 선택의 기로 있는 다주택자라면 당연히 증여로 갈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신탁 물량이 증여로 많이 갈 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금 당장 부동산을 팔아버리면 수익이 확정되지만 가족에게 증여하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증여세 부담보다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큰 편이라서다.
더욱이 지금처럼 양도세와 증여세 차이가 적다면 증여 쪽으로 기울 다주택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맹점을 인식하고 있다. 증여 취득세율을 12%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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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전세 폭등 우려 낮다?
정부는 “종부세율 인상이 전체적인 전셋값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작다. 전반적인 전세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시장 흐름, 전문가 예상과는 정반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올라 54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죽현마을 동원로얄듀크 84㎡는 지난달 4억5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최근 5억5000만원으로 1억원 뛰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데 신규 주택 공급 물량 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이사 수요 급감, 거주 요건 강화로 인한 전세 물량의 집주인 거주 전환, 임대차보호 3법 시행에 앞선 가격 선반영 등 여러 요인이 얽혀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공급 대책은 여전히 공란이다. 임대차 3법도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이미 집값이며, 전셋값이며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라서다. 서울 아파트 전세 중간값은 4억6000만원을 찍었다. 5%로 인상률을 묶어놓는다 해도 2300만원, 서민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전문가는 최근 매매ㆍ전세 가격 할 것 없이 치솟는 이유를 두고 “무엇보다 수요에 비해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적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정리했다. 공급 대책 없이는 정부가 공언하는 ‘전세 시장 안정’은 아직 먼 얘기란 뜻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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