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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왜냐면] 장애인활동보조인제도 나이 제한의 문제 / 이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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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성심 ㅣ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

우리 장애인들의 삶의 질은 1960~70년대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이 나아졌다. 황무지 같은 척박한 땅에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복지’라는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온 분들의 땀의 결실로 싹을 틔웠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장애인 복지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증액했기 때문에 오늘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육십 평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나라 복지 변천사의 산증인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비장애인보다 복지 분야는 조금은 더 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애인복지관에서 18년을 근무하였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좋아진 점으로 특히 이동 수단이 대표적이다. 20년 전만 해도 이동 수단이라곤 수동 휠체어밖에 없었기 때문에 바깥에 외출하려면 반드시 휠체어를 밀어주는 동행인이 있어야 했다. 이제 전동휠체어가 보급되고 있어 손만 움직일 수 있으면 얼마든지 외출할 수 있다. 장애인 콜택시 보급으로 비가 올 때 이동하는 데도 불편하지 않으며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출입하는 데도 어려움이 줄었다.

가장 획기적인 제도는 활동보조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증장애인들이라도 활동보조인에게 일상생활의 전반적인 케어를 받기 때문에 장애인 시설에 입소하지도 않고 내 가정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정부에서 활동보조 시간을 월 480시간을 주며 지자체에 따라서 주는 추가 시간이 다른데, 필자가 사는 부산에선 추가로 44시간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활동보조인제도를 만 65살까지 못박고 만 65살 이상부터는 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대두된다. 비장애인들도 나이 들며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데 우리 장애인들은 더 그러하다. 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되면 월 120시간밖에 활동보조 지원을 못 받는데 결국 하루 3~4시간꼴로, 집안일 정도밖에 도움을 못 받는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보건복지부는 예산 부족 탓을 대고 있지만 이것은 만 65살 이상 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다. 부모님이 함께 살더라도 오히려 자식의 돌봄을 받아야 할 연세가 아닌가.

과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필자 역시 집에 혼자 있을 때 목이 말라도 냉장고에 있는 물 한컵도 못 꺼내 마실뿐더러, 라면 하나 못 끓여 먹는 처지다. 장애인 중 만 65살이 되는 장애인 수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역주행하고 있는 복지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길 정부에 다시 한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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