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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유레카] 패시브 인컴 / 김회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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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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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돈 없이 돈 버는’ 직업들이 늘고 있다. 전업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유투버, 블로거 등 예전엔 없던 직업들이다. 구글과 아마존이 전세계에 깔아놓은 ‘디지털 좌판’에서 개인도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파는 게 가능해진 덕분이다. 혼자서도 약간의 컴퓨터 장비와 기술을 갖추면 아이디어와 마케팅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진출입 장벽이 무척 낮다. 초기에 돈이 거의 들지 않고 높은 임대료나 재고 부담이 없다. 무한 자유경쟁인데다, 잘 안되면 다른 아이템으로 갈아타기도 쉽다. 최근의 컴퓨터 코딩 배우기 열풍은 이런 트렌드의 반영일게다.

이들은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라 부른다. 안정적 직장을 때려치고 뛰어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즐기며 살자는 ‘욜로족’과는 다르다. 자산가들처럼 ‘잠을 자는 동안에도 늘어나는’ 소득,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패시브 인컴’(수동적 소득) 수입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웬만한 자산가나 고연봉자가 아니라면, 더는 일해서 버는 돈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기 힘든 시대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물질적 자유를 위한 기본소득 논의”를 제안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이런 젊은층의 현실과 욕구를 잘 짚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패시브 인컴은 각종 세금의 부과 원칙을 규율하기 위한 용어다. 일해서 버는 돈, 즉 근로소득인 ‘액티브 인컴’(적극적 소득)과 구별해, 이자·배당·임대료·로열티 등 일하지 않고(혹은 일을 조금 하고도) 얻는 자본 및 사업 소득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디지털 노마드가 늘어나면서 과세 당국이 다소 난감해졌다. 이들이 얻는 소득의 분류, 즉 수동적 소득과 적극적 소득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미국 국세청은 ‘물리적인 근로 참여 시간이 1년에 100시간 이상이며, 가장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 근로소득으로 본다는데, 워낙 디지털 소득을 얻는 방식이 다양하고 새로워서 논란은 진행형이다.

주요국들이 자본·사업 소득을 패시브 인컴으로 구분하는 건, 일하지 않고 얻은 소득에 대한 차별적 과세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근로 행위가 전혀 없는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장 높은 세율에 누진적 과세 방식을 적용한다. 종합과세는 기본이고 추가과세도 한다. 미국의 ‘순투자소득세’는 금융투자소득이 부부 납세자 기준 연 25만달러 이상이면, 고율의 세금을 다 낸 뒤에 3.8%의 추가 세금을 물린다. 이로부터 나온 세수는 저소득층 의료비 재원으로 활용한다. 정부가 집부자들의 보유세율을 올리겠다니 ‘징벌적 과세’라고 난리다. 잠자는 새 불어난 돈에 세금을 더 물리는 건 상식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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