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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패셔니스타 김민희? 전 수수한 게 좋아요… 이 영화 주인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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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덕 감독 첫 장편영화 ‘연애의 온도’ 주연 김민희

남들이 보지 않는 곳을 볼 것 같은 묘한 눈, 느리면서도 남다른 말투…. 배우 김민희(31)는 좀 신비로운 여자였다.

물론 평범한 점도 있었다. 그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소소한 일을 무엇보다 좋아했다.

김민희는 노덕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 영화 <연애의 온도>에 출연했다. 21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5일차인 현재 전국관객 71만8000여명을 동원했다. 영화는 연애에 대한 판타지를 다 걷어내고 처절하면서도 지지리도 못난 연애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는 은행원으로 사내 연인 이동희(이민기)와 3년 연애 끝에 파열음을 내는 장영 역을 맡았다.

“수수한 캐릭터라서 우선 끌렸어요. 지금까지 캐릭터는 다 사연이 있고 가볍지 않은 의미가 있는데 너무 평범한 역인 거예요. 게다가 로맨틱 코미디물의 전형적인 부분을 벗어났어요. 마치 맛의 거품을 다 뺀 담백한 음식 같은 느낌이랄까?”

지지고 볶고 싸우는 실제 연애를 다룬 영화 <연애의 온도>에 출연한 김민희는 “아무 치장도 하지 않는 캐릭터의 수수함에 끌렸다”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패셔니스타’ 김민희는 이 영화 안에는 없다. 그는 집에서는 머리도 아무렇게나 묶고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는다. 진한 화장도 하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를 찍을 때 힐을 신으면 힘들어요. 영이는 그래서 좋았어요. 불편한 의상을 입으면 불편하잖아요. 원래도 수수한 의상을 좋아해요.”

패션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의 감정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어떤 영화 속 캐릭터보다 감정의 높은 파고를 경험했다. “영화가 연애 3년 후 싸우기 시작하는 순간 시작돼요. 미운 정이 먼저 드는 거죠. 악다구니를 부리며 싸우지만 촬영은 편했어요. 민기씨도 저를 편하게 대해줬죠. 사실 제 팬이었다는 사실은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그래도 누나니까 실제 이름이 아닌 ‘영아 영아’하고 불러줬죠.”

두 사람은 영화에서 실제 살벌하게 싸운다. 보복 방식도 다채롭다. 험담은 기본, 서로의 선물을 박살내서 보내고 휴대폰 소액결제 폭탄을 날리는 최첨단 방식도 택한다. 심지어 미행도 한다. 이 모든 설정이 다 이해가 됐을까. “미행하는 장면은 심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영화 중 동희의 새 여자친구 주소를 알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저 같으면 못 할 거 같아요. 하지만 이별을 앞에 놓고 쿨한 척하는 장면들은 공감했어요.”

결국 <연애의 온도>는 철저히 현실에 발 디딘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이 성장을 하는 영화였다. 전작 <화차>에서 한 몽환적인 느낌의 연기와는 또 달랐다. 김민희는 그렇게 연기의 재미를 배웠다고 했다.

김민희는 느리면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과의 관계도 천천히 쌓아가는 편이다.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이후 <여배우들> <모비딕> <화차>를 찍었다. 6년간 다섯 작품, 1년에 한 작품 정도 한 셈이다. “하고 싶다고 달려들었으면 쉬지 않고 했겠죠. 영화를 안 했다고 쉰 것만은 아니고, 뭔가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친한 사람도 많이 만나요. 테니스를 배우고 싶었는데 붐이 일어서 강습센터에 자리가 없는 거 있죠? 승마도 배우고 싶어요.”

그는 집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배우다. 아무리 멀리 촬영을 가도 잠은 집에서 잔다. 친구들도 동네에서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홈파티도 좋아한다. 봄날, <연애의 온도>를 권했다. “설레는 계절이잖아요. 설렘을 갖고 보기 좋은 영화예요. 연애가 그렇잖아요. 기분이 처지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감정이 울컥하지만 위로도 되고. 벚꽃 보시고 저희 영화를 곁들여 보시면 좋을 거예요.”

그럼, 김민희의 연애 온도는 몇 도일까. 그는 ‘뭔 그런 질문을 비장하게 하느냐’는 표정으로 살짝 웃었다. “제 ‘연애의 온도’는 오르락내리락 해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게 연애니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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