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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윤휘종의 잠시쉼표] 검찰수사심의위는 왜 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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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현직 간부들을 기소하겠다고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검찰은 당초대로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다.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의지는 강력하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불법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넘친다고 한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법원에 400권,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수사기록을 근거로 지난달 9일에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가 확실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에 대한 책임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추후 재판과정을 통해 두고봐야겠지만 법원은 충분한 공방과 심리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검찰이 '결정적 한방'을 갖고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법원의 이런 결정을 근거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문제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개입한 혐의로 지난 1년 7개월간 검찰 수사를 받아온 것이 무리였다는 것을 판단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요청에 따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는 검찰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다. 이 부회장을 구속할 필요도 없으며, 수사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당연히 검찰의 방침과 위배된다. 그래서 검찰은 세부적인 범죄사실과 대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내려진 뒤 보름 넘게 검찰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자 이 부회장을 반대하는 측에서 검찰을 지지하고 나섰다. 검찰수사심의위원들의 면면을 거론하며 이번 결정의 전문성·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사심의위의 결정 자체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도 꺼낸다.

이쯤되면 검찰수사심의위는 왜 열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수사심의위의 풀을 구성한 것은 삼성이 아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기소독점제도를 견제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사회 인사들 150~250명의 풀을 만들고, 이 가운데 15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개별사건에 대한 사안을 살펴보는 게 수사심의위다. 지금까지 여덟번 심의위가 열렸는데, 유독 이번엔 심의위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물론, 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사항이다. 검찰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까지 열린 심의위의 결정을 검찰은 수용했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했다. 사안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왜 이번 심의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지 납득할만한 논리가 필요했다. 그런 고민을 거들기 위해 일각에서 '심의위 위원들에게 전문성이 없다'는 걸 꺼냈는데, 그 논리가 너무 빈약하다.

검찰의 이 부회장을 구속시키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의 의지가 통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유리한 얘기는 듣고 불리한 얘기는 버리겠다는 의도가 여러 사람들을 설득시키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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