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최근 두 달간 폭등했던 소고기 값이 거품이 꺼지며 급락했다. 이 같은 현상이 코로나19로 인한 본격적인 소비 위축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1등급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전일보다 486원 하락한 ㎏당 9만9657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사상 처음 10만원 선을 넘은 뒤 24일 만이다. 지난 1일 10만2571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황금육'이 된 뒤 일주일 동안 2000원 이상 폭락하며 다시 10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소고기 가격이 급등락하는 원인은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인위적 소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축산 유통 전문 기업인 미트박스 관계자는 "한우 출하량이 최근 매해 증가해왔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제외하곤 상승 요인이 많지 않다"면서 "7월 중순부터는 계절적 영향으로 소비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0일 삼겹살 가격은 ㎏당 522원 급락한 2만2529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중순 2만4500원 선까지 급상승했다가 6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 같은 고깃값 거품 제거는 재난지원금발 소비 약발이 다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6월은 재난지원금 효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0.0%로 보합 수준을 지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 4월 0.1%를 기록했다가 5월에는 -0.3%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에 마취제가 됐던 게 재난지원금이 만들어 놓은 이른바 '밥상 물가'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5월 3.4%에서 지난달 4.3%로 오름 폭이 확대됐다. 6월 배춧값이 전년 동월 대비 58.1% 오른 것을 비롯해 돼지고기(16.4%), 한우(10.5%), 고구마(30.2%), 고등어(14.5%) 등 가격이 폭등했다.
반짝 효과가 걷히는 기미가 보이자 정치권에선 또다시 추가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에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깊이 고려해 달라"며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논란이 된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해서도 "지방세 중 일부인 부동산 보유세의 1% 정도를 기본소득 형태로 거둬 시도민에게 지급하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정 협의를 통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정부 재정엔 사상 최악의 나라 살림이라는 청구서가 날아든 상태다. 빚을 낸 2차 추가경정예산안 여파로 이달 발표한 지난 5월 국가채무는 한 달 만에 18조원 급증한 764조원으로 늘었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인 78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는 국세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5월 국세 수입은 1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조6000억원 감소했다. 법인세가 전년 동월 대비 10조8000억원 줄어 국세 수입 감소 영향이 컸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 수입과 지출에서 발생한 일시 요인으로 수지 적자가 다소 크게 증가했지만 연간 기준 수입·지출은 일시 요인을 해소해 한도 내에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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