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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기자의눈] 벌금 814억원과 보상금 629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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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국제부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한국사람?” 몇 년 전 베트남에서 만난 라오스 유학생은 한국인이란 말에 기자를 환한 미소로 반겼다. 그는 모국에 한국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한국 기업이 수력발전 댐도 짓고 있다며, 라오스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눈을 반짝였다. 그 댐은 2018년 10월 붕괴돼 사망자 71명과 6~7000여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라오스 당국이 중도에 수색을 중단하고 피해규모를 축소하려 한 탓에, 실제 사망자수는 수백 명에 이를 가능성도 무척 높다. 국내 모 건설사가 시공하고 한국 정부가 수백억원의 양허성 차관을 지원했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사고다.

라오스 정부는 최근 한국기업과 현지 기업·태국 전력회사 등과 구성한 합작법인(PNP)이 해당 사고의 보상·복구비로 8280억여킵(약1094억원)에 합의, 보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경제부총리는 이 가운데 4750억여킵(629억원)이 희생자와 재산피해에 대한 보상금으로, 3530억여킵(467억원)은 교통 시설 등 인프라 복구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라 밝혔다.

붕괴사고에 대해 지난해 5월 라오스 국가 조사위원회는 독립 전문가 위원회(IEP)의 조사를 근거로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라며 사실상의 인재(人災)였음을 시사했고, 국내 건설사측은 이에 “과학·공학적 근거의 결여”를 이유로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지난 4월 유엔(UN) 전문가그룹은 사고 발생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수천 명의 생존자가 모든 것을 잃었고 계속 불확실한 상태에 방치돼 있다”며 “정부는 물론 기업·은행들이 수력 발전 프로젝트에서 충분한 이익을 취하는 반면, 지역공동체들은 모든 것을 잃고 깨진 약속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 미국 법무부는 해당 건설사가 평택 미군 기지 공사와 관련한 부정행위로 미국과의 유죄인정합의에 따라 벌금 6840만 달러(약 814억원)를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수십 명, 어쩌면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이재민으로 떠도는 라오스 국민들에겐 고작 629억원이 돌아갔다. 강대국에 내는 벌금은 무겁고 약소국 국민의 보상금은 참으로 가볍다.

그간 한국 정부가 목놓아 외치던 신남방정책의 모토는 사람(People)·상생번영(Prosperity)·평화(Peace) ‘3P’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세피안·세남노이 프로젝트의 사후처리에 이 3P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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