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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종부세’ 이번엔 집값 잡을까… “매물 나오겠지만 집값 잡기는 어려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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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10일 발표한 22번째 부동산 대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안이다.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을 위해 대출 규제와 각종 부동산세율 인상, 분양가 상한제까지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종부세로 ‘화룡점정’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대책 발표에서 노무현 정부의 데자뷰(deja vu·기시감)가 느껴진다.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이 당시보다 강한 정책이고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 집값이 잡히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조선비즈

지난 8일 오후 강남구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치동 일대에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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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0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종부세 최고세율을 최고 6%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처음 도입된 최고세율 3%, 현재 3.2%보다 두 배가량 높고, 지난해 12·16대책 당시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최고세율(4%)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노무현 정부가 주로 쓴 방식이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책의 결과 역시 전례를 따라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초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지난 2003년 5·23대책을 시작으로 2007년 1·11대책까지 모두 9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국민은행 연구소의 주택가격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월 기준(100) 서울의 아파트 가격 매매지수는 2008년에 160까지 올랐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노무현 정부의 두 번째 대책 발표였던 2003년 10·29대책 이후 다소 잠잠해진 듯 보였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폭등하기 시작하자 등장한 것이 종부세 강화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5년 처음 종부세를 시행하다가 집값이 수직 상승한 2006년 종부세를 강화해 맞대응했다. 과세 기준을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바꾸고, 과세 기준금액도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춘 것이다.

당시 최고 종부세율은 3%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합산 방법과 과세기준이 바뀌면서 사실상 증세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종부세 강화 대책을 포함한 7번의 부동산 대책은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아파트 가격 그래프를 꺾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종부세율 인상안도 비슷한 흐름에서 나왔다. 12·16대책 이후 다소 소강세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던 부동산 시장은 지난 3월부터 다시 재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1번째 대책인 6·17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발표 직후 더 폭등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정부로서는 종부세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종부세 인상이 다주택자를 어렵게 하고 일부 매물 출회(出廻)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너무 커져 다주택자들이 처리 방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내년 6월 1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당장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정리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증여를 우선 고려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매도를 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종부세 인상으로 집값을 내리기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금은 장기적 처방"이라며 "더구나 강화된 종부세가 내년부터 적용될 텐데, 시장이 1년 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만큼 단기적 효과는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중 유동성이 흘러 현금 부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양도세 하향 조정 없이 종부세만 올리면 집주인들의 퇴로를 막아 매물이 더 잠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양도소득세 인상안까지 발표했다. 다만 내년 6월 1일 이전까지는 현행 양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한 규제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모두 수급 균형보다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두었으나, 노무현 정부 당시 공급물량이 지금보다는 많았다"면서 "지금은 그때보다도 공급을 더 억제하니 종부세를 인상하더라도 집값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도 "노무현 정부는 점진적·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한 데 비해, 현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본격 선포하고 처음부터 강한 규제로 접근했다"며 "그러다 보니 노무현 정부 때는 나오지 않았던 ‘똘똘한 한 채’ 현상이나 ‘매물 잠김’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종부세 인상 같은 강한 규제로 맞받아치면 매물은 더욱 나오지 않아 부작용도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종부세 카드를 꺼내든 이상, 이번에도 정책이 먹히지 않았을 때 다음 카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 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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