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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영국 등에 웰컴투비디오 손씨 송환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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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씨 논란

사법부 신뢰 무너지자

여성들 “미국 안 되면 영국 등에 송환 요구해야”

그러나 수사∙기소 완료된 미국과 달리

영국 등은 상황 불확실

“미국에 송환 재청구하는 쪽이 현실적”

미국이 ‘사법주권’ 의식해 나서기 어려우리란 우려도


한겨레

여성의당 당원들이 7일 낮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4)씨 미국 송환을 거부한 서울고등법원 형사 20부 재판부를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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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4)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기각된 뒤 여성들 사이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다른 국가들에 범죄인 송환을 다시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뒤 손씨의 합당한 처벌을 촉구하는 여성들은 국외 송환에 희망을 거는 모양새다.

손씨의 인도 청구가 기각된 지난 6일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미국 대신 영국, 독일 등이 손씨 송환을 요청해주면 좋겠다”는 글이 빗발쳤다. 미국 외에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를 검거한 전 세계 38개 나라들 중 한국과 범죄인인도협정을 맺은 곳에서 대신 손씨를 수사‧처벌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도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국 등을 통한 ‘송환 청원운동’을 제안했다. 권김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영국은 2017년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를 처음 검거해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엄격해 손씨의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손씨가 징역 1년6개월형을 받는 데 그쳤던 반면, 영국에선 앞서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공유한 남성에게 징역 22년형을 선고했다. 더욱이 영국은 중대 범죄에 대한 ‘이중위험 금지 원칙’(일사부재리 원칙)을 폐지해 손씨가 영국에 송환될 경우 범죄수익 은닉 외에도 한국에서 이미 판결이 끝난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도 혐의도 수사‧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미국 외에 영국, 독일 등이 손씨에 대한 인도 요청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오선희 변호사는 “이미 기소가 완료된 미국과 달리 영국 등에선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손씨 송환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에 다시 인도 청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이 되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이번 한국 고등법원 결정의 문제점과 함께 손씨 송환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해 국내 여성‧시민단체들이 미국 법무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를 주도했던 미국이 직접 손씨 재판을 진행하고 처벌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미국 법무부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법주권’이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선희 변호사는 “한국에서 요청을 받아도 송환 재청구가 한국 사법부에 대한 압박‧모욕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미국이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조인들은 국외 송환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선 국내 사법체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 변호사는 “손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 재판은 사법부가 사회 인식에 발맞춰나갈 마지막 기회”라며 “최고 형량이 징역 5년으로 낮지만 꼭 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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