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MT시평]집값 상승과 저금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머니투데이

부동산 때문에 난리다. 6월17일 정부가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가격을 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을 구입하려는 쪽에서는 정부가 가격을 안정시킬 의지가 있는지 따졌고 반대쪽에서는 시장을 무시한 채 쓸데없는 정책을 난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 원인으로 공급부족과 저금리를 꼽는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만큼 주택공급을 하지 못하다 보니 가격이 오른다는 거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있다. 수요와 공급은 정해진 게 아니다. 가격이 오르면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이 넘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2010년 이후 3년 동안 수도권 집값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KB국민은행 조사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9.3% 하락할 정도였으니 실거래 가격은 30% 넘게 내려왔다고 보는 게 맞다. 가격 하락으로 가장 곤란을 겪은 건 강남지역 재건축사업이었다. 사업지역마다 미분양이 속출해 가격을 깎아주거나 자동차를 끼워주지 않으면 분양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와 지금이나 인구와 소득구조 면에서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결국 문제는 저금리다. 금융위기 이후 낮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자산가격이 크게 올랐다. 2000년 중반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건데 그때도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까지 내리자 4년 동안 미국과 영국의 주택가격이 각각 54%, 78% 상승했다. 우리도 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최근 상승 역시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저금리 때문이다. 3월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되자 연방준비제도가 한 달 사이에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하했다. 한국은행도 사상 최초로 금리를 0%대로 인하했다. 그 영향으로 경제 폐쇄조치에도 불구하고 3~4월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2.1% 상승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12% 넘는 상승률이다. 지난 한해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3.9%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금리인하가 주택가격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부동산가격이 6월 들어 갑자기 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돈을 빌려 집을 살 때 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집을 사는 사람에게 유리한 환경이지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낮은 금리도 오래 계속되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저금리에 적응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 수준보다 금리의 방향성이 더 중요해진다.

경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의 주택가격이 50% 오른 동안 유럽은 20% 상승에 그쳤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아예 16%, 7%씩 하락했다. 유럽의 부동산이 낮은 상승에 그친 이유가 있다.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돼 금리의 역할이 줄어든 상태에서 유럽의 경기가 미국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유럽 국가라도 경제가 좋았던 독일의 경우 주택가격이 63% 상승한 것을 보면 저금리에 경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 경제가 부동산가격 상승에 부응할 만큼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V자 반등 이후 다시 성장률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거란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경기가 나빠지면 어떤 시점부터 저금리도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가격이라도 낮으면 그 힘으로 집값을 밀어올릴 텐데 이미 가격은 굉장히 올랐다.

가격이 오를 때 하락을 상상하기 힘들다. 모두가 상승 논리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집값을 영원히 끌어올릴 것 같지만 그것도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 .

이종우 경제평론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