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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기자24시]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유통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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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일요일에 들른 서울의 한 쇼핑몰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이 손을 잡고 곳곳을 누비는 젊은 부부가 많았다. 특히 예년보다 한발 빠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휴일마다 집 근처 몰에 들러 간단한 쇼핑과 함께 식사와 여가까지 해결하는 '몰링(malling)'족이 더 늘어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광경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1대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내놓은 무차별적인 규제법 탓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타깃으로 삼아 발의된 12건의 새 규제법안에는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만 적용되는 '한 달에 두 번 휴일 영업금지' 규제를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아웃렛, 전문점, 심지어는 최근 코로나19로 해외여행객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고사 위기에 빠진 면세점에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대형 유통매장 때문에 주위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는 만큼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이 중 쇼핑몰의 휴일 영업을 막는 규제는 지난 4·15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정책 공약 1호로 내건 만큼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21대 국회가 176석을 차지한 '슈퍼 여당' 주도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당은 쇼핑몰이 휴일에 문을 닫는 것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특효약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마트에 농축수산물을 납품하는 중소업체 매출을 절반 가까이 쪼그라트렸다. 마찬가지로 백화점과 쇼핑몰이 휴일에 문을 닫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기에 입점한 패션·요식업체에 돌아간다. 특히 보통 임대 형태로 운영되는 쇼핑몰에서 장사하는 업체 중 70%는 여당이 그토록 보호하겠다고 하는 소상공인들이다.

대형매장의 휴일영업을 막는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것도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적용된 지 5년 후인 2017년, 전체 소매시장에서 전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5%로 오히려 1%포인트 줄었다. 소상공인을 살리는 효과도 없고 최근 소비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 규제를 억지로 밀어붙이려는 행보는 이제 멈춰야 한다.

[유통경제부 = 김태성 기자 k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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