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기본소득' 대신 박 시장은 ‘전국민 고용보험’
박원순(64) 서울시장이 8일 오전 11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 대목이다. 박 시장의 사망과 함께 그의 페이스북 역시 멈춰섰다. 박 시장은 줄곧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도구로 페이스북을 활용해왔다.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서울판 그린 뉴딜'에 대한 글이 박 시장의 마지막 글이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흰 고무신을 신은 채 공관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는 집에서도 흰 고무신을 자주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이 백신'이라며 '흰 고무신(백신)'을 신고 찍은 이 사진을 주서울시 측근들에게 전달해 하기도 했다. [사진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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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향한 '광폭 행보' 중 잠적한 박원순
9일 오후 박 시장 잠적 소식이 알려질 당시 측근들은 말을 아꼈다. "잠적할 사람이 아니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박 시장이 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진영 정비에 들어간 상태라는 점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서울시 내부적으로도 대권 도전을 위한 '용퇴 시점'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하는 문건을 작성할 정도로 박 시장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화한 상태였다.
서울 종로 가회동에 있는 시장 공관에는 최근까지 거의 매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가회동 주민 박모씨는 "공관으로 저녁마다 손님이 몰려왔다. 10명 넘게 우르르 와서 자정 넘어 악수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며 "항상 공관 주변이 들떠있는 분위기여서 갑자기 잠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에게는 훈풍도 불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박 시장과 연이 깊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내 이른바 '박원순계'로 불리는 현역 의원은 17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과 기동민·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다. 박 시장은 이들의 당선 직후 정례모임을 갖고 대권 도전을 위한 조언을 경청하기도 했다. "큰 일을 하고 싶어도 여의도에 기반이 없다"며 사석에서 아쉬움을 토로해 오던 박 시장으로선 '우군'을 만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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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라인 물갈이…부동산 정책 방향 전환 저울질도
박 시장은 지난 1일자 서울시 정기 인사에서 정무라인과 부시장단을 대거 물갈이했다. 대선 행보를 위한 초석으로 해석됐다. 문미란 정무부시장의 후임에는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을 선임했다. 김우영 현 정무부시장은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과 자치발전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선거 전략에 능통하며 실행력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4월엔 민주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지낸 고한석 비서실장을 영입해 활동 반경을 '전국구'로 넓혔다.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진희선 행정2부시장 자리엔 김학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이 옮겨갔다. '서울의 부동산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해온 진 부시장이 교체되면서 일각에선 박 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박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는 다르게 '전 국민 고용보험'을 내세워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필요한 일자리 문제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지사와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이 지사는 내 아우"라고 했던 박 시장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자신이 주장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언급하자 "적극 환영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시장은 "얼핏 모든 시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면 공평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게 된다"며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전 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 토론이 반갑다"며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국가나 사회는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시대적 위기를 '21세기 복지국가'의 초석을 쌓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지난 5월엔 건설노동자에 대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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