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입장문 생소한 단어 '수명자'
일주일 전 최강욱 페이스북에 등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뉴시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식 발표하지도 않은 법무부 입장문 초안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사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한 사건과 관련, 추 장관이 작성했다는 법무부 입장문 초안의 특정 단어인 ‘수명자(受命者·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표현을 최 의원이 평소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용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는 물론 검찰에서도 언론 배포 메시지에 ‘수명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대외용 메시지 작성에 최 의원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8일 밤 10시쯤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법무부는 언론에 해당 글을 배포한 적이 없었다. 논란이 되자 최 의원은 글을 올린지 20분 만에 이를 삭제했다. 문맥상 ‘수명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평소 법무부와 검찰이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 등에 자주 쓰이지 않던 생소한 표현이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상당수 현직 검사들조차 "수명자라는 표현은 낯설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강욱 의원이 8일 밤 법무부가 공개하지도 않은 추미애 장관의 메시지를 사전에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수명자'라는 표현이 보인다/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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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야권에선 “법무부 내부 기밀 문건이 최 의원에게 사전 유출됐다”며 ‘제2의 국정농단’, ‘법(法)·정(政) 유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복사해 붙인 것”이라는 취지로 이날 해명했다. 실제 추 장관이 작성했다는 초안 메시지는 최 의원 뿐 아니라 최민희 전 의원을 비롯한 ‘조국 백서’ 필진들의 페이스북에도 동시에 올라왔다가 삭제됐었다.
하지만 최 의원이 올린 글과 최 전 의원이 올린 글은 제목부터, 마침표의 유무, 문단 구성이 모두 다르다. 복사해서 붙인 글이라면 굳이 수정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명자’라는 단어를 겨냥해 “매우 생경한 용어인데, 이것까지 최민희가 만들어 집어 넣었다고 할 건가”라며 “어느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의 '가안'에는 ‘수명자’라는 낯선 표현이 없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최강욱은 최민희가 올린 글을 옮겨적은 것이라 하니, 거기에 그 표현이 등장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가안'의 작성자로 최강욱 의원이 의심받게 되겠죠”라고 썼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 의원은 일주일 전인 7월 2일에도 이미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가리켜 ‘수명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오만한 정치검찰, 어이없는 조폭 검사들의 쿠데타’라는 글에서 “세상에 지휘권자인 장관이 수명자인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더니 만나서 후임 장관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고 (중략) 대변인을 시켜 발표하게 하는 무례와 오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라고 썼다.
최강욱 의원이 7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명자라고 표현한 내용/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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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박상기 전 장관에게 조국 전 장관의 낙마를 요구했다는 당시 한 인터넷 매체 보도에 대해, 대검이 “박 전 장관이 오히려 윤 총장에게 조 전 장관의 선처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한 반박 글을 쓰면서 ‘수명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명자’라는 표현은 군사 재판 판결문에 가끔 등장하는 용어라는 말도 나온다. 최 의원은 군 법무관 출신으로 10여년을 군에서 검사로 활동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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