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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글로벌 이슈 plus] 바이든 `한반도외교` 향방은…對北담판 대신 6자회담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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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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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의 대선 지형이 한 달 새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2차 확산을 맞은 데다 인종차별 시위까지 터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국 지지율에서 10%포인트 안팎 앞서지만 현직 프리미엄과 여론조사의 쏠림 현상 등을 감안하면 승패 예측은 이르다. 하지만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종전보다 높아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정권 교체 시 전 세계는 물론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외교 전문가를 자처해온 인물이다. 6년 임기 상원의원에 7번 내리 당선된 그는 외교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고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8년간 부통령을 하면서 국제무대 전면에 선 경험이 있다. 젊은 상원의원이던 1979년 중국의 덩샤오핑, 옛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를 직접 만났고,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의 외교 철학은 미국이 제도와 다자주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세계보건기구(WHO),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재가입하고 이란핵협정(JCPOA)도 복원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新)고립주의를 채택해 국제기구와 다자동맹을 경시하고 미국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양자 협상에 집중한 것과는 정반대 위치에 서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대북정책도 원점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일단 트럼프식 양자 외교를 중단하고 관계 당사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상 체제 복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해 포린폴리시와 서면 인터뷰하면서 북한과 관련한 기본적 방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트럼프가 집권했을 때보다 북한 핵 문제에 있어 더 나쁜 상황을 물려받을 것이 확실시된다"며 "TV용으로 했던 세 번의 만남 이후 단 한 개의 미사일이나 핵무기도 폐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외교는 중요하지만 전략과 과정, 그리고 이를 실천할 능숙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되면 북한을 포함해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군비통제 협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핵협정을 핵무기 확산 제어의 성공 사례로 들고, 중국을 포함한 관계 당사국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6자 회담 프레임으로 복귀를 상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바이든은 외교정책에 있어 중도 리버럴"이라며 "제도의 중요성을 신뢰하고 동맹을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도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트럼프와 가장 큰 차이는 정상회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미·북 관계가 악화되면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로 복귀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인내란 경제 압박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굴복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개념이다. 또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당 노선을 감안할 때 미·북 간 협상의 쟁점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 당선 시 대북정책의 전환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가리켜 "집권욕에 환장한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미친개는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유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량배'라고 지칭한 데 대한 구두 보복이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정권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2.0'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오바마 때의 외교안보보좌관을 대거 재기용하고, 정책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라는 전제조건을 다는 등 볼턴식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이를 항복 요구로 인식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정권 당시 6자 회담 합의를 통해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착수했으나 오바마 정권 첫해인 2009년 5월 핵실험을 재개하며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오바마 정권 8년간 유엔 제재를 통한 압박 국면이 이어졌다. 때마침 한국도 두 차례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전략적 인내'가 한미 공동의 대북정책이 됐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면서 핵무기 '감축' 협상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근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7년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이 거론되던 당시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북핵을 최소 수준에서 용인하되 제재 강화와 정치적 고립화를 통해 추가 핵 개발을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정권이 표면적으로나마 주장해온 '완전한 비핵화'와는 지향점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집권 시 대북정책은 동북아시아 전략의 핵심인 중국과의 관계 설정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전에는 여론을 의식해 바이든 전 부통령도 중국과 '원거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집권 시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실용적 접근법으로 전환해 미·중 관계가 점차 개선되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양국이 보폭을 맞춰갈 여지가 커진다는 얘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점은 선거 국면에서 대중 유화책을 내세우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오바마·바이든 정권은 중국에 굽실거리고 다른 뺨을 내줬을 뿐"이라며 "그들의 실패로 인해 미국이 더 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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