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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되레 집값 띄운 등록임대, 세제 혜택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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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간 임대차시장 안정” 장려

양도세 중과면제·종부세 등 혜택

2018년 이후 세금 회피 수단 전락

[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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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지목되며
시민단체·여권서도 “축소·폐지”
사업자들은 “법적 대응” 반발

정부가 민간 임대차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활성화에 나섰던 ‘등록임대주택’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도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존 사업자에 대한 소급적용을 포함해 법 개정에 나설 것인지 여부를 놓고는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시민단체들이 제도의 일괄 폐지를 요구하자 임대주택사업자들은 “혜택 축소 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맞서고 있어 제도 개선까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2017년 말 98만가구였던 등록임대주택은 올 1분기 156만9000가구로 늘었다. 등록임대주택은 2017년 12월 정부가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8년 이상 장기임대로 등록할 경우 양도세 중과 면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신설하자 급증하기 시작했다. 신설된 세제 혜택 적용 시점(2018년 4월)을 한 달 앞둔 2018년 3월에만 3만5006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 등록임대주택이 급증하면서 ‘세제 특혜’ 논란이 일자 정부는 같은 해 ‘9·13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부랴부랴 혜택을 일부 축소했다.

국토부는 “활성화 대책을 통해 늘어난 등록임대주택이 임대차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2018년 이후 부동산세 회피를 위해 종부세 합산 배제 등이 적용되는 ‘공시가 6억원·85㎡ 이하’ 아파트를 산 뒤 등록임대로 묶는 게 유행이 됐다”며 “갈수록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씨가 마르고 값이 폭등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등록임대주택은 세제 혜택과 함께 ‘5% 이내 임대료 인상 제한’ 등과 같은 여러 ‘공적 의무’가 부과된다. 하지만 상당수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ㄱ씨는 “집주인이 6월 초쯤 보증금을 실제 수준보다 낮춰 ‘다운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요구했다”며 “정부 단속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들어 지자체와 함께 등록임대주택사업자들이 공적 의무를 이행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적 의무를 어긴 사업자들이 많게는 20만~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1분기 기준 전체 임대사업자(51만명)의 절반을 넘는 숫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3일 임대사업자들에게 주는 세제 특혜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여당도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방법론을 두고서는 오락가락한다. 같은 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 등록임대주택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소급입법을 두고 논란이 일자 여당은 “소급적용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기색을 보였다. 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제도의 폐해 및 즉각적인 효력을 고려할 때 소급적용을 포함한 제도의 일괄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회에선 현재 기본 임대차 계약기간을 최소 4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등록임대주택 중 다수를 차지하는 ‘4년 임대’ 주택의 경우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경우 단계적으로 제도의 일몰 등을 통해 임대주택 수를 줄이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집단 반발할 조짐이다. 가칭 ‘등록임대사업자협회’ 창립을 준비 중인 한 사업자는 “정부 방침에 따랐을 뿐인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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