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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100% 소유-100% 자체자금…스스로 규제하는 구글·인텔 C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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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2위 기업형 벤처캐피탈 운영방식

한겨레

구글벤처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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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를 위한 세부 방안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국내외 대기업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투자금도 내부 자금으로만 충당하는 구글과 인텔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미국 리서치회사인 시비인사이츠(CB INSIGHTS)가 집계한 지난해 글로벌 기업형 벤처캐피탈 투자규모는 약 571억달러(약 68조6천억원)로 사상 최고치였다. 미국만 놓고 봤을 때 미국 전체 벤처캐피탈(VC) 투자 가운데 기업형 벤처캐피탈 비중은 2004년 30%(투자액 기준)에서 2018년 51%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중 시비인사이츠가 지난 2018년 투자규모와 투자 건수, 수익률 등의 투자활동에서 각각 글로벌 상위 1, 2위로 꼽은 기업형 벤처캐피탈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구글벤처스’와 인텔이 소유한 ‘인텔캐피탈’이다.

7일 <한겨레>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에 설립된 구글벤처스의 지난해 투자자산 규모는 약 45억달러(약 5조4천억원)에 이른다. 135명의 인력이 첨단기술, 데이터, 생명과학, 서비스업 등을 하는 709개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들고 있으며, 투자금도 알파벳이 전액 부담한다.

알파벳은 구글벤처스 외에도 캐피탈 지(G)라는 벤처캐피탈을 하나 더 소유하고 있다. 구글벤처스가 주로 초기 창업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면, 캐피탈 지는 상장 직전인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캐피탈 지 역시 알파벳의 100% 자회사에 100% 내부 자금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이러한 구글의 벤처캐피탈 운영 방식과 지배구조는 이 의원이 지난 24일 대표발의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내용과 유사하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업형 벤처캐피탈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100% 소유하고 벤처투자조합(펀드)이 투자금을 조성할 때 외부 자금을 끌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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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캐피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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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형 벤처캐피탈 2위인 인텔캐피탈의 지배구조와 운용방식도 구글 쪽과 유사하다. 1991년 설립된 인텔캐피탈은 지주회사인 인텔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투자자금 역시 100% 자기자본이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글과 인텔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식 기업형 벤처캐피탈이 이런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선 기업형 벤처캐피탈의 설립과 운용과 관련해 100% 자회사 요건이나 외부조달 금지 등의 규제는 없다. 그런데도 구글벤처스 등이 스스로 그러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운용 원칙으로 삼는 이유는 분쟁 발생 시 소수 주주가 집단 소송을 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 제도와 징벌적 배상 시스템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이유로 미국의 지주회사 체제에선 지주회사만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자회사는 비상장 상태로 둔다. 한국과는 지주회사 체제를 둘러싼 환경과 운영 방식이 크게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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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주회사가 아닌 터라 기업형 벤처캐피탈 규제를 받지 않는 국내 사례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삼성벤처투자는 삼성그룹 여러 계열사들이 출자하고 있는 점에선 구글벤처스나 인텔벤처스와는 지배구조에 차이가 크지만 자기 자금과 계열사 자금만으로 벤처 투자를 하는 점은 같다. 유효상 숭실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략 투자 목적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운용하거나 필요로 한다. 외부 자금을 끌어오게 되면 투자 전략 유출 등의 우려가 있는 터라 자기 자본이나 계열사 돈으로만 투자조합(펀드)을 만들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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