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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미투 도화선’ 그때 미국 폭스뉴스, 샤를리즈 테론이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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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설립자 성희롱 다룬 영화 ‘밤쉘’

트럼프 ‘여혐발언’ 맞선 앵커 역할

중앙일보

영화 ‘밤쉘’ 주연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왼쪽부터). 제작을 겸한 테론은 이 영화로 올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로비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각각 올랐다. [사진 씨나몬 홈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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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의 오랜 악습을 뒤집은 ‘미투’ 운동의 도화선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 폭스뉴스였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감독 제이 로치)은 폭스뉴스의 설립자이자, 공화당의 ‘킹메이커’로 꼽히는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이 수십 명의 성희롱 폭로로 추락한 실화를 그렸다.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그레천 칼슨은 2016년 해고된 후 에일스를 성희롱 혐의로 고소했다. 불과 16일 만에 에일스는 파멸했다. 폭스뉴스 간판앵커 메긴 켈리 등 여성 피해자 20여 명이 나서면서다. 에일스의 불명예 사퇴는 전 세계에 파문을 던졌고, 침묵은 깨졌다. 칼슨은 2000만 달러(약 239억원) 합의금을 받았다.

영화는 이를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과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그리고 전현직 폭스뉴스 피해자들을 토대로 만든 허구의 캐릭터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등 세 여성을 중심으로 그렸다. 다소의 각색을 거쳤지만, 실화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담았다. 에일스는 소송 이듬해 77세로 사망했다.

제작과 주연을 겸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대본을 받은 게 2017년 여름.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폭로되기 2개월 전이었다. 영화사와 인터뷰에서 그는 “대본에는 와인스타인 ‘미투’가 터지기 1년 전, 미디어 산업계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 다뤄져 있었다”면서 “이 이야기를 남자(‘빅쇼트’ 각색가 찰스 랜돌프)가 썼다는 데 감동받았다. 이 운동을 처음 이끈 여성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오래전 성적 관계를 가졌어야 했다.” 에일스의 이런 발언은 실제 칼슨이 소송 중 녹음파일로 폭로한 것이다. 방송국 신입인 케일라 포스피실이 에일스의 개인 사무실에서 신체 노출 등 위계에 의한 성희롱에 시달린 것도 실제 피해자들 증언이 바탕이다. 랜돌프는 “가해자에게 굴복하는 일이 인생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보여주려 했고, 실존 인물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 허구적인 인물을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는 메긴 켈리의 미묘한 내적 갈등도 그렸다. 그는 과거 에일스에 의해 성희롱을 당했지만 이후 자신을 폭스뉴스 스타로 거듭나게 도운 에일스를 두고 갈등한다. 샤를리즈 테론은 “켈리가 충성심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면서 “그 부분도 더 많이 논의했으면 한다. 여성들은 학대가 멈추길 바라면서도, 가해자를 좋아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메릴 스트립의 권유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니콜 키드먼은 “어쩌면 누군가 영화를 보고 ‘더는 이걸 참을 필요 없어. 누군가 내 얘길 듣고 믿어줄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언론사 LA타임스의 빈 건물에 재현한 폭스뉴스 사무실, 아카데미 수상 분장감독 카즈 히로(‘다키스트 아워’)가 공들인 실리콘 특수분장 등의 사실성에 더해 당면한 화두를 끄집어낸 “뜨겁고 힘 있는 영화”(버라이어티)란 호평과 “주제를 깊이 파고들지 못해 평평해졌다”(시애틀타임스)는 비판이 엇갈린다.

혹평의 또 다른 요인은 실존 인물 메긴 켈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이며 문화적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사실 그 자신도 수차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판받아서다. 2018년 이적한 NBC에선 이런 발언으로 불명예 퇴사까지 했다. 켈리는 지난 1월 전직 폭스뉴스 동료들과 유튜브를 통해 영화에 일부 허구도 있다고 밝혔지만, 대체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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