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선수 생명’ 달려있어 적극적으로 고발 못해
“프로 스포츠처럼 계약 관계 성립해야” 지적
고 최숙현 선수. 트라이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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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는 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부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에 대해 팀내 해결이 아닌 경찰 고소를 먼저 선택했을까.
〈한겨레〉가 5일 “최 선수가 지난해 3월 네이버 지식 답변에 폭행 사건의 고소를 문의했다“고 단독 보도한 뒤, 궁금증이 잇따르고 있다. 경주시체육회가 속한 경주시청이나 철인3종협회 등 소속 단체를 두고 왜 올 2월 경찰에 먼저 찾아갔느냐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포츠계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계는 팀, 지역, 종목, 그리고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순으로 상급단체가 이어진다. 문제는 해당팀과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통보하지 않으면 상급단체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아마추어 스포츠 관계자는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팀에서 처리를 한다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다. 이를 해결 못하고 상급단체로 오면 무능력한 지도자란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이다보니 문제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상급단체 통보가 아닌 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관행이 고착화되니 상급단체도 무기력해졌다. 지난주 발생한 한국체육대학교 핸드볼팀 내의 폭력사건에 대해서도 상급단체인 대한핸드볼협회는 사건이 접수되지 않아 알 수가 없는 상태였다.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한국체대 쪽에서 보고를 하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 해당 소속 팀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소속 팀과 지역에서 쉬쉬 덮어두는 관행은 선수들의 내부 고발 의지까지 꺾고 있다. 2018년 대한체육회의 스포츠 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1000여명의 선수 가운데 체벌을 당했을 때 참거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대부분 맞아도 참는다는 얘기다.
참는 이유에 대해서 선수들의 30%는 “해결될 거 같지 않아서”라고 했고, 21%는 “보복당할까봐 무서워서”, 16.5%는 “선수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거 같아서”라고 답했다. 10명 선수 가운데 7명 이상이 고발해봤자 도움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번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선발권, 해당 팀의 입단 여부까지 감독이 쥐고 있는 현 스포츠계 현실에서 부당한 폭력을 당한 선수가 이를 고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해결 방안은 선수와 소속팀 간의 세밀한 ‘계약 관계’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로 스포츠에서 최근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구단과 선수 간의 세부적인 민사 계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케이비오(KBO) 복귀가 무산된 강정호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로 스포츠의 경우 이제는 선수 또는 구단관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영구 퇴출이 기본이 됐다. 아마추어 스포츠에도 이러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한다는 것이다.
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는 “실업팀이라고 해도 감독과 선수 사이에 폭력 등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감독 및 소속팀이 책임을 진다는 계약이 선행돼야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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