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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6개월만에 한국 오는 비건…10월 미북회담 물꼬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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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놓고 미·북, 남북 협상이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7~9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를 만날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에는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수행한다. 비건 부장관은 우선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워킹그룹 개선 등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협의할 전망이다. 북한은 최근 대남 공세를 강화하며 한미 워킹그룹을 문제 삼았고, 우리 정부와 여당 역시 대북 제재 완화와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위한 워킹그룹 운영 개선 의사를 밝혀왔다. 비건 부장관은 또 지난주 임명된 서 실장, 이 장관 내정자 등 새로운 안보라인과도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가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전하러 직접 판문점에 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비건 부장관 방한을 앞두고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일축했다. 비건 부장관이 이번주 방한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한국과 논의하기에 앞서 북측이 기선 제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측 일각에서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서프라이즈'로 이벤트성 미·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협상 무드만 이어가며 '대북 상황 관리'에 집중하거나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스몰딜'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날 최 부상은 이러한 예측을 겨냥해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밀고 당기기에 나섰다"며 "대화를 시작하려면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를 제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부상은 또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미·북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내비친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유럽연합(EU)과 영상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미·북 실무협상을 주도하는 최 부상이 공개 담화를 낸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당시 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dotard)'라고 부르는 등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 담화에서는 미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 비난은 담지 않아 대화를 염두에 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대남 '말폭탄' 공세에서 전환해 최근 열흘 넘게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5일에도 북한 주요 관영매체들은 문재인정부를 직접 비난하는 기사를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로 포문을 연 뒤 각종 매체를 통해 하루 평균 50건에 달하는 대남 비난 기사를 쏟아내왔다. 여기에는 과거 '서울 불바다' 발언을 다시 언급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뒤 이 같은 대남 비난 기사가 쏙 들어가다시피 했다. 이는 북한이 대북 전단 단속과 새 안보진용 교체 등 우리 정부의 대북 화해 제스처를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박만원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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