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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눈 앞에서 토하게 한 감독, 몰래 먹었다고 뺨 때린 팀닥터···최숙현 선수를 도와줄 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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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체육회는 전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인사위원회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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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가 성적 지상주의에 가려진 폭력·폭언·성폭력 등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했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철인 3종’ 트라이애슬론 훈련 과정에서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부산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숙현은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를 지낸 상위 레벨 엘리트 선수였음에도 지속적인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감독은 물론 일부 선배와 심지어 지역 유명인사로 알려진 임시직 팀닥터(물리치료사)까지 가해자였다. 고인이 낸 진정서, 대한체육회 징계신청서에 따르면 이들의 가혹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교 3학년생으로 미성년자에 아직 공식 입단이 이뤄지지 않았던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훈련 직후 팀의 간판이자 9살 위 A선배의 폭언이 이어지자, 지나던 감독이 자초지종을 확인하지도 않고 운동화로 최숙현의 얼굴을 때렸다. 그러면서 “내가 때린 것이 아니고 운동화가 때렸다”며 빈정거리기까지 했다.

체급 종목이 아님에도 체중을 이유로 이런저런 가혹행위가 따랐던 것도 드러났다.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 어치의 빵을 사다 먹도록 강요하는 식고문까지 이뤄졌다. 감독 앞에서 먹고 토하기를 반복한 끝에, “A선배에게 무릎 꿇고 빌어라”라는 명령을 따르고서야 끝이 났다. 하루에 체중을 9차례씩 재면서 물도 못마시게 했고, 3일간 굶긴 적까지 있었다. 지난해 전지훈련에서도 복숭아 1개를 먹은 것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에게 교대로 20여 차례나 뺨을 맞기도 했다.

최숙현은 계속되는 가혹행위에 결국 2018년에는 1년을 쉬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복귀 이후 최숙현은 단체전 은메달, 개인 14위 등 기량을 유지했지만, 선배의 괴롭힘은 이어졌다. ‘남자랑 자러 다닌다’, ‘트랜스젠더 닮았다’ 등 성폭력적인 발언까지 이어졌다. 현재 감독과 팀닥터, A선수는 선수들에게 금전을 강요하고 횡령한 의혹도 받고 있다.

감독의 경우, 최숙현을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지도자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고인은 지난 2월 감독과 팀닥터, 선배를 고소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클린스포츠센터와 경북체육회 등 관계 기관의 감사와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1일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했고, 대한철인3종협회도 빠르고 엄정한 조치를 약속했다. 2일까지 고인과 관련한 국민청원도 5건이나 올라왔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가장 먼저 게시 글에 이미 3만명이 동의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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