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대주주 지분 반납에도...이스타항공 M&A '안갯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주주 지분 가치, 임금 체불 규모 밑돌아...체불 이슈 '진행형' 단기차입금 보증 및 M&A 선결요건 미충족 장기화 혹은 무산 가능성 기로 [비즈니스워치] 이승연 기자 inyeon82@bizwatch.co.kr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반납 발표에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의원 측이 지분 반납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탓에 이번 M&A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임금 체불 이슈'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단기 차입금 담보 문제 등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쟁점들도 산적하다. 특히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정에서 제주항공이 M&A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이스타항공 항공기 보증 해소와 해외 기업결함 심사 승인 문제 등은 지금껏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이번 인수합병이 제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워치

지난 29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가족 회사인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을 회사에 모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창업주로서의 권한과 이스타항공 매각에 따른 차익까지 모두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지분 39.6%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로, 이 의원의 딸 이수지 대표와 아들 이원준 씨가 각각 33.3%, 66.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지분 가치는 약 41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은 해당 지분을 250억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과 각종 차입금 상환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직원 임금 체불 문제는 이스타항공 M&A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스타항공은 5개월째 밀린 직원 임금에 대해 인수자인 제주항공의 지급을 주장했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해결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체불 규모가 불어나면서 이스타항공이 '인수금 110억원 인하'라는 카드까지 꺼냈지만, 제주항공은 이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가족들의 모든 지분을 회사에 반납할 것을 약속하면서 임금 체불 문제는 이스타항공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인수 작업을 곧바로 재개할 지는 불투명하다. 제주항공은 전날 이상직 의원 기자회견과 관련,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의원이 구체적인 지분 증여 방식을 밝히지 않는 이상, 이전과 달라질 건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게 시장에선 이 의원 일가의 지분 가치를 2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 가족이 내놓는 지분은 총 410억원 규모지만, 세금(70억원)과 이스타항공 전환사채(100억원), 누적적자 청산(20억원) 등을 제하면 200억원 정도만 남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체 임금 체불 규모인 25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의원의 지분 가치가 체불임금을 모두 해결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제주항공 입장에선 손익을 따져볼 것"이라며 "당장은 거래 상대방이 이스타홀딩스에서 이스타항공으로 바뀌는 만큼, 이에 대한 법률 검토 등에 먼저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 차입금 담보 문제 등 아직 양측이 해결하지 못한 쟁점도 수두룩하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으로부터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렸다. 만기는 6월 26일로, 담보로는 이스타홀딩스가 가진 이스타항공 주식 38%가 제공됐다.

하지만 만기일이 지나도 이스타항공이 돈을 갚지 못하자 제주항공이 이에 질권을 설정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측에선 제주항공이 질권 설정에 나서면서 40%에 가까운 회사 지분을 제주항공에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넘길 수도 있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에 매각가를 110억원 깎고 질권이 설정된 지분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제주항공이 이 역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완료와 타이 이스타젯 보증 해소 등 지난 3월 양측이 SPA 체결과정에서 맺은 선결요건이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7년 태국 현지 총판이 설립한 태국회사 타이 이스타젯에 비행기 리스료 3100만달러(약 372억원)를 지급 보증했다. 지분 관계가 없는 회사인 만큼 제주항공은 이들에 대한 지급 보증 해소를 SPA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요구대로 보증 관계를 정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앞서 보증 문제 등 앞서 제시한 선결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대주주 지분 헌납이 실효성이 있다고 해도 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스타항공의 기자회견으로 양측의 입장차가 확인된 만큼 양사의 M&A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제주항공과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금명간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명을 해주길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