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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소급적용 빼고, 최고 무기징역형 그대로… '홍콩 보안법' 전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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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분열ㆍ테러 등 주동자 10년 이상 무기징역
시위 협조ㆍ후원만 해도 최고 10년까지 징역
국가안전보장위 설치... 중국이 직접 홍콩 관할
한국일보

30일 홍콩에서 친중 지지자들이 홍콩보안법 통과를 축하하는 집회에 참여해 중국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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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소급적용은 빠졌다. 하지만 국가 분열 등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처벌규정은 남았다. 시위에 참가해 중국이나 홍콩 정부에 대한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선동에 동참할 경우 최고 10년형을 받을 수 있어 홍콩 민주화시위가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신화통신이 1일 공개한 '홍콩 국가보안법' 전문을 보면 법은 △총칙 △홍콩 특별행정구의 국가안보를 위한 직책과 기구 △범죄행위와 처벌 △사건 관할, 법률 적용과 절차 △중앙정부의 홍콩주재 보안법 수호 기구 △부칙 등 6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총칙은 "국가주권 수호와 통일, 영토의 완결은 홍콩 동포를 포함한 전 중국인의 공동 의무"라고 적시했다. 이를 위해 "홍콩 정부는 학교, 사회단체, 언론, 인터넷을 상대로 국가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통제를 예고한 대목이다.

처벌의 경우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행위 주동자는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마카오 국가안전수호법에 최고 30년으로 규정된 것과 비교하면 처벌수위를 대폭 높였다. 다른 참가자는 최고 10년 징역형이 가능하다. 가령 타인에 대해 선동, 협조, 교사, 금전 및 기타 재물로 후원하는 경우에도 정권 전복 행위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다. 반정부시위를 주도하는 범민주진영과 연관된 주최 측의 모든 활동을 원천 봉쇄한 셈이다.

애매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논란이 많았던 '외국과 결탁하거나 역외세력에 의한 국가안전 위해죄'는 "각종 불법적인 방법으로 홍콩 시민들이 중국이나 홍콩 정부에 대해 증오하도록 유발하는 경우"에도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과 홍콩에 대한 외국의 적대적 행동도 마찬가지 처벌을 받는다. 시위 참가자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거나 국제사회가 홍콩의 자치를 지지하는 행위 모두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와 관련한 주요 사안의 관할권은 홍콩이 아닌 중앙정부가 갖도록 했다. 사상 처음으로 중앙정부가 홍콩인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사안이 복잡하거나, 홍콩 정부가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렵거나, 국가안전 위기상황일 경우 중국이 홍콩에 설치한 국가안전공서가 사건을 수사하고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이 지정한 검찰이 기소하면 중국 형사소송법에 따라 본토에서 재판할 수 있다. 홍콩기본법과 보안법이 충돌할 경우 보안법이 우선한다. 또 기존 홍콩의 법 적용과 달리 홍콩 영주권자가 홍콩 이외 지역에서 보안법을 위반하더라도 이 법이 적용된다. 기업에게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부 직속의 '국가안전보장위원회'를 설치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홍콩 보안 관련 업무를 중앙정부가 실질적으로 총괄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위원회의 활동은 홍콩 정부로부터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모든 운용을 비공개로 한다.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유지해온 홍콩의 자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위원회에는 중국이 파견한 국가안전사무고문장을 임명하고, 홍콩 경찰을 관할하는 경무처도 국가안전을 지키는 부서를 설치해 수사와 정보수집을 비롯한 보안법 집행을 지원하도록 했다.

반면 과거 시위 관련 행위를 처벌하는 '소급적용' 규정은 당초 예상과 달리 제외됐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홍콩보안법 적용이 소급하지 않기 때문에 앞서 국가안보를 해하는 행위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법 시행 이후 시대의 변화와 시민의 의무를 깨닫고 진정으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홍콩보안법이 겨냥하는 대상은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선입견이나 억측, 불순한 홍보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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