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윤 대통령 측근' 특임공관장 인사로 정치적 부담
설상가상 중국 감정도 건드린 윤 대통령 담화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 대사 부임도 늦춰질 듯
김대기(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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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대기 주중대사 내정자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초 16일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양국의 임명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이미 중국의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주재국 사전 동의)까지 받아둔 터라 부임이 지연될 경우 상당한 외교 결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임명을 강행해 그가 출국한다면 국내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12·3 불법계엄과 탄핵 정국의 여파로 정부의 대중국 외교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비상계엄 사태와 무관하게 일찌감치 중국의 아그레망을 받았다. 하지만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통령의 신임장이 필요한 그의 출국도 불투명해졌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주중대사 부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본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은 통상 대통령의 신임장을 주재국에 제출하면서 활동을 시작한다. 현재 이 같은 임명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이양받은 한 권한대행이 갖고 있다.
앞서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주오스트리아, 주카자흐스탄, 주벨기에·유럽연합 대사 등에 신임장을 수여하는 등 임명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다만 이 경우는 모두 직업 외교관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었다.
이날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의 주중대사 임명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는 없다"면서도 "과거 권한대행 시절에도 공관장 임명은 있었다"며 여지를 뒀다.
'중국인 간첩' 언급한 윤 대통령 측근, 환영할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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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외교관 인사'를 대통령이 발탁하는 특임공관장은 상황이 다르다. 특임공관장은 직업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외교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대통령이 특별히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당초 김 내정자가 대사에 발탁된 이유로 그가 현 정부의 개국공신이자 윤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 중국 관영 언론은 그의 대사 내정을 "한중관계 개선 의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 권한대행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그를 대사로 임명하더라도, 탄핵 당한 대통령이 임명한 특임공관장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된다. 중국 또한 '시한부 대사'보다는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새로 들어설 차기 정부가 파견한 인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김 내정자의 부임은 좀더 상황을 지켜보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감정도 좋지 못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이 연루된 간첩 활동과 중국 태양광 시설의 삼림 파괴를 지적했다. 그간 탄핵 정국과 관련해 "한국의 내정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던 중국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이에 대해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올해 잇따른 고위급·각급 대화에 이어 내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까지 점쳐지며 훈풍이 둘던 대중 외교는 최근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외교 일정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김 내정자와 교체될 예정이던 정재호 현 주중대사의 귀국일은 당초 17일이었다. 계엄 사태로 인해 23일로 귀국을 미뤘지만, 이마저도 안갯속이다. 충암고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절친인 정 대사는 자신의 귀국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달 말 김 내정자와 '동시 교체'될 예정이었던 다이빙(戴兵) 신임 주한중국 대사의 부임도 함께 늦춰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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