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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싼 이자에 집 샀는데… 대출 못 갚는 日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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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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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지하철역에 누워있는 사람/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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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로 일본에서도 하우스푸어(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지만 소득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늘고 있다.

30일 일본 주택금융지원기구에 따르면 2월 15건에 불과했던 대출 상환 상담 건수가 3~5월에 2250건으로 폭증했다. 휴직자와 실직자가 늘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줄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갚지 못해 상환 유예를 신청하는 건수도 급증하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남성은 주택융자 변제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급감하면서 3500만 엔의 대출금을 갚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변제 기간을 지금보다 5년 연장해 35년으로 늘려 매월 상환액을 1만 엔 줄였다. 이자 등으로 지불 총액은 수십만 엔 늘었으나 그는 "지금 당장 힘들어서 상환액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상환 유예는 '시간 벌기'에 불과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결국엔 더 큰 부담이자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일본 경제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4~6월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로 환산할 경우 전 분기 대비 -21.7%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왔다. 현실화한다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3월 연율 환산치 -17.8%를 뛰어넘는다. 전후(戰後) 최악을 기록할 수 있단 것이다.

일본 5월 완전실업률은 2.9%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0.3포인트 상승했고 시장 예상치(2.8%)를 웃돌았다. 전체 실업자가 198만 명에, 휴직자 수도 432만 명으로 4월(606만 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후치노카미 히로카즈 콘도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불황이 길어지면 상환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늘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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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거리/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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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와 더불어 정부의 저금리·감세 정책이 대출을 지나치게 부추긴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최근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일본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주택 구입 시 대출을 받으면 연말잔액 등에서 1%를 세액 공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대출이 쉬운 상황 속에서 일본 가계 주택융자 규모는 팽창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 가계 주택관련대출 총액은 215조 엔으로 9년 연속 증가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20~30대 청년층의 주택 대출이 늘어났단 점이다. 닛케이는 이들이 수입에 비해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얻었다가 상환 불능에 빠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총무성 자료를 보면 일본의 자가보유비율이 2012년 73.1%에서 2019년 79.8%로 6.7%포인트 상승했는데, 여기엔 20~30대가 주택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영향이 컸다. 20대의 자가보유비율은 같은기간 33.9%로 14.7%포인트 뛰었고, 30대도 66.3%로 13.5%포인트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 감소로 집값이 하락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주택 처분으로도 가계 빚을 갚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금융기구인 주택금융지원기구는 상환기간을 최장 15년간 연장해 주기로 했다. 이밖에 금융계도 상환조건 변경 관련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등 장기전을 고려한 대책을 준비 중이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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