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70주년…접경지역 주민들 불안한 남북관계 속 공존
대남전단 살포 예고했다 확성기 철거 등 北 ‘강온 전술’ 속
주민들 “하루이틀 일 아니라 덤덤…코로나가 더 신경쓰여”
지난 24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당시 장맛비가 와 잘 보이지 않는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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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파주)=신주희 기자] 25일로 6·25 전쟁이 발발한지 70주년이 됐지만, 접경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위태로운 삶 속에서 스스로 삶의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남북 관계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할 때마다 접경 지역은 긴장감이 감돌지만 주민들은 안보 위협보다는 생계 걱정이 더 컸다.
지난 4일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에 이어 남북 간 통신 채널을 모두 차단하는 등 연일 북한의 강경한 대응이 이어졌다. 그러던 북한은 지난 24일에는 돌연 대남 확성기를 다시 철거하는 ‘강온 전술’을 구사했다. 긴장으로 치달았던 남북 관계에 숨통이 다소 트인 모양새다. 북한의 이 같은 오락가락식 대응에 지난 24일 만난 경기 파주시의 접경 지역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제는 불안감마저도 무뎌졌다”며 일상에 열중하고 있었다.
50년 전 일가족이 파주시의 한 접경 지역으로 이주해 식당을 운영하는 A(74)씨는 “북한보다 코로나19가 더 걱정”이라며 “이전부터 이보다 더한 도발이 있었을 때도 다 견뎌 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10월부터 단체 관광객이 뚝 끊긴 데다 코로나 사태로 손님들이 더 줄었다”며 생계를 걱정했다.
코로나19로 마을 주민들은 거의 모이지 않고 간간이 농삿일을 하는 등 지난 1월부터 마을 전체가 조용하다는 것이 A씨의 전언이었다. 실제로 취재 당일 거센 비가 내려 주민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마을은 평소보다 더 고요한듯 했다.
파주시 군내면에 거주하는 민태승(78)씨도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다니 다행”이라면서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이제는 불안하기보다는 이골이 난다”며 “오히려 걱정이라면 남북 관계보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을 노인정에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몇 주민은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김여정 부부장의 비난 담화가 있자 곧바로 이들 단체에 강경 조치를 취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성기율 파주시 이통장연합회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주민들이 오락가락하는 남북 관계에 이제는 덤덤하다는 반응”이라며 "주민들 중에서는 더러 ‘왜 우리가 북한에게 휘둘리냐’며 화를 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파주 맛고을 상가번영회, 겨레하나 파주지회, 민통선 통일촌주민회 등 지역 13개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 규탄 기자회견을 연 것과는 엇갈린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예술마을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B(36)씨는 “군부대와 가까이 있는 사무소 쪽 주민들은 예민할 수 밖에 없다”며 “경찰들과 군인들이 대북 전단 살포로 분주해지면 주민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서울에서 파주로 출근할 때 보면 요 며칠 군인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삼엄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방문한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도 보안이 한결 삼엄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정 휴관한 전망대는 차량 진입 입구가 통제되는 등 경비가 삼엄했다. 외부 전망대에서는 맑은 날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을 훤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취재 당일에는 비가 내리고 안개가 껴 임진강 너머 북한 땅이 잘 보이지 않았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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